세모녀 살해 보고도..계속 괴롭혀야 처벌한다는 '스토킹법'

최연수 입력 2021. 4. 2. 16:57 수정 2021. 4. 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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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일가족 피살 사건의 피해자들 집 앞. 뉴시스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에서 22년 동안 잠들었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건 ‘노원구 세 모녀’사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건 발생 하루 뒤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스토킹 피해를 새로운 법은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여성계와 시민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형량은 높아졌지만, 노원구 세 모녀의 경우처럼 현실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게 된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타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해서 따라다니는 등의 스토킹을 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경범죄로 처벌하던 기존의 형량보다 크게 강화된 것이다.


‘반복적’ 스토킹 기다려야 하나
스토킹 처벌법상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생활 영역에 직·간접적으로 접근해 지속적·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하여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이라 정의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지속적·반복적’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여성의전화는 성명문을 통해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범' 영상 속 30대 남성을 긴급체포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9일 오전 7시15분쯤 '강간미수 동영상' 속 남성 A씨(30)를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뉴스1


‘지속적·반복적’이라는 규정이 “범죄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서혜진 인권이사는 “이번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더라도 경고나 분리를 통한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범죄가 되기 위해선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인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게 논란인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범죄가 될 때까지 스토킹 행위를 기다리라는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반의사불벌 조항 빼야”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스토킹 처벌법에 포함된 ‘반의사불벌’ 조항을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법률상으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라고 명시돼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 심리학 교수는 “실제로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살인사건의 30~40%가량이 사전에 미리 스토킹하는 경우들이었다. 이번 스토킹 처벌법은 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남아있어 피해자를 협박해서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젠더 폭력에 대해 좀 더 엄벌을 취하자는 취지로 이 조항은 반드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연수 기자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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