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물 하나 없는 건축 전시장, 엄청난 오해였다
[이윤옥 기자]
"여행 가고 싶다, 바다 보러 가고 싶다라는 말을 남편에게 종종 하곤 했는데 이사 오고 나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당에서 햇살, 나무, 풀, 하늘, 구름, 바람을 느낄 수 있고 창으로 보이는 풍경도 편안하니 좋다. 햇빛 좋은 날 마당에 빨래를 널면 개운하고 걷어 접을 때 나는 뽀송한 햇빛 냄새가 좋다. 식탁에 앉아 하염없이 쳐다보는 연못물이 좋고 그곳에 새가 와서 물 먹고 날갯짓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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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미이 마사노리 건축가와 대담 도미이 마사노리 건축가와 대담하는 기자 |
| ⓒ 이윤옥 |
'집과 마당의 풍경 전(展)'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에서 15년 동안 후학을 양성해온 도미이 마사노리(富井 正憲)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지은 14채의 목조주택에 관한 이야기를 전시하는 것이다.
전시 첫날 아침 10시 무렵, 전시장을 찾은 시각에 도미이 교수는 일찌감치 전시장에 나와 기자를 대형 영상 화면으로 안내했다. 영상 화면은 두 개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하나는 이번에 전시하는 14채 주택의 도면, 건축 현장, 집안 구조와 주택이 들어선 마을의 드론 촬영 등을 보여주는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도미이 교수가 1970년대부터 자신의 작업을 구현시키기 위해 모아 둔 이미지를 망라한 '도상학(圖像學iconography)' 필드워크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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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락 있는 한옥 모습. |
| ⓒ 이윤옥 |
도미이 교수와 대형 스크린 앞에 마련된 작은 의자에 앉자 화면 가득히 10번째 주택(세종주거)에 관한 작업 화면이 비춰지고 있었다. 화면에는 설계도면을 놓고 제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목수들과 협의하는 모습, 오후의 햇살이 가득 비치는 부엌이며 자연미를 한껏 간직한 통나무 기둥을 윗층까지 연결시킨 거실 모습 등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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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보없는 한옥 들보없는 한옥 공사 중 들보없는 한옥모습 |
| ⓒ 이윤옥 |
영상을 보면서 도미이 교수가 지은 14채의 집에 대한 각각의 특징을 듣고 있자니 마치 기자가 당시 건축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각 주택이 특징이 있다는 것은 집주인의 취향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또한 땅모양이 평지인 집도 있고 어떤 집은 경사지를 이용해서 설계해야 하는 등 건축의 조건도 각각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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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경우독(晴耕雨讀)집 청경우독(晴耕雨讀)집, 맑은 날엔 텃밭을 가꾸고 비가 오면 책을 읽는다는 뜻의 집이름이 재미있다. |
| ⓒ 이윤옥 |
"건축전시회라고 하면 대개 설계도면이나 집안 내부 구조, 완성된 사진 등을 판넬로 만들어 벽면에 전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러한 경우 '완성에 초점'을 둔 것이라 건축 과정을 이해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이번 전시처럼 한 채, 한 채의 집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영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결과보다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전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설계도면 등은 <도록> 등을 참고하면 되니까요."
이번 전시를 보기 위해 충남 부여에서 올라온 김인수(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소장이 전시물 설명을 듣고 한 말이다. 기자 역시 공감한다. 집을 짓기 전 토지신에게 고사를 드리는 모습, 목수들이 나무 켜는 모습, 목재의 모습을 최대한 살린 천정 공사 모습, 건축과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집을 설계하고자 하는 모습 등등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건축 과정을 영상을 통해 보면서 집 한 채의 완성에 이르는 노고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집과 마당의 풍경 전(展)>은 도미이 교수가 주축이 되고 그의 제자인 김지원, 손주희, 이주운, 장해수, 유재연, 정명선, 홍다혜 씨가 14채의 집 설계를 나눠 맡았다. 마침 전시장에는 유재연씨와 장해수씨가 나와 있었다. 장해수씨는 갤러리하우스 <집과 마당의 풍경> 도록의 6번집을 설계한 제자(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졸업)인데다가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이라 '집의 장점'을 물어 보았다.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으로 이사 온지 5년이 되어 가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당 있는 집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됩니다. 아파트의 단순한 공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공간에서의 생활이 활력을 갖게 합니다. 아파트의 경우, 남자들의 공간이 특히 부족한데 갤러리하우스에는 지하에 서재 형식으로 아버지만을 위한 방이 있고 저는 4층 다락방을 쓰는데요. 다락방에 테라스를 만들어 밤에는 달과 별을 볼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일본인 건축가에게 자신의 집을 맡긴 14채의 집주인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것은 '집의 가치' 였다. 도미이 교수가 설계한 집은, 살수록 정이 드는 집, 일 년 열두 달 살아도 싫증나지 않는 집, 온 가족이 만족스러운 집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것은 일본 건축의 장점과 한국 건축의 장점을 철학적으로 접목 시킨 도미이 교수의 설계였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 생활 40년, 한국 건축을 가장 잘 아는 일본 건축가로 알려진 도미이 교수는 "저는 한국의 전통 건축에 존재하는 미를 탐구하는 일이 즐겁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지난 15년 동안 지은 14채의 주택을 소개하는 '집과 마당의 풍경 전(展)'은 그래서 한번쯤 찾아 볼 만하다. 특히 '집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전시 기간에는 언제나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가 살가운 건축 설명을 해줄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만든 도록을 현장에서 판매한다. 도록에는 1부 '마음을 담는 건축 프로젝트'에 14채 주거의 도면과 사진, 작업 과정 등을 정리했다. 2부 '건축 보캐블러리'에선 건축적인 언어를 통해 설계에 임한 마음과 사고방식에 대해 해석했다. 3부에서는 14채 주거에서 생활하는 건축주의 솔직한 목소리와 시공과 구조설계 등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사를 소개했다. 도록/ 크기 B5, 112쪽, 10,000원
집과 마당의 풍경 전(展) 참여자 소개.
도미이 마사노리 : 서울에 거주하는 건축가. 1948년 도쿄 출생. 1982년 첫 방한. 1973~2004년 가나가와대학교, 2004~2020년 한양대학교에 재직했다.
손주희: 2013년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졸업
이주운: 2017년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졸업
김지원: 2018년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졸업
장해수: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졸업
유재연: 2021년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졸업
정명선: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재학 중
홍다혜: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재학 중
전시 안내
*장소 :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TOPOHAUS)/ 종로구 인사동11길6 / 전화: 02-734-7555
*기간 : 3월31일(수)~4월13(화)일까지 휴관일 없이 기간 내 아침 10시 ~ 저녁 7시
*전시 기간 중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와 젊은 건축가 유재연 씨가 전시장에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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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우리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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