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찌든 날 안고 아빠는 한참 울었다" 헌터 바이든 회고록

이민정 2021. 3. 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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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51)이 회고록을 낸다. 헌터는 대선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제기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적이 됐던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이다.

2010년 워싱턴에서 대학 농구 경기를 관람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그의 차남 헌터 바이든.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은 『아름다운 것들(Beautiful Things)』이란 제목의 272페이지 분량의 회고록 사본을 입수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회고록에는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은 사연, 일찍 세상을 떠난 친형의 부인과 2년간 이어간 로맨스, 자신이 겪은 약물 중독, 그리고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용이 담겼다. 모두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겐 아킬레스건이 됐던 이야기들이다.

원한이 쌓였던 탓인지 그는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비열한 사명을 가진 비열한 인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곧 제기했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의혹을 재차 부인하면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헌터가 2014년 4월부터 5년간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기업인 부리스마 홀딩스 이사로 재직하며 각종 특혜와 부패에 연루됐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지난 대선 과정에선 2016년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의 부패 연루 혐의를 덮어주기 위해 우크라이나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뉴욕포스트는 2015년 헌터와 부리스마 홀딩스 측 고위 인사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막판까지 이 이메일로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헌터의 이메일의 진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4월 6일 출간 예정인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회고록『아름다운 것들』표지. 사진은 헌터가 어린 시절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바이든의 손을 잡고 선 모습.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헌터는 바이든 가문이라는 후광이 없지는 않았지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진부한 서사”라며 일축했다. 업체 이사로 재직하며 비윤리적이거나 불법행위에 가담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일가를 역공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자녀들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일했고, 모든 고난을 (아버지 도움 없이) 홀로 부딪혔다”면서 “트럼프에게 나는 그가 재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의 대리인이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NYT는 회고록 중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내용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무미건조(dry as toast)했다”고 평가했다. 뻔한 답변을 내놨다는 이야기이다.

그에 비해 개인사에 대해선 자신의 경험을 구구절절하고, 생생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972년 12월 18일 가족이 겪었던 교통사고 순간은 “(진실인지 의심이 들 만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고 NYT는 전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그의 가족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사서 돌아오던 길에 추돌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그는 엄마와 13개월 된 여동생 나오미를 잃었고, 당시 3살이었던 본인과 한 살 많은 친형 보 바이든도 중상을 입었다. 헌터는 사고 순간에 대해 “나오미는 조수석 카시트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갑자기 엄마의 머리가 오른쪽으로 기울더니 심하게 흔들렸다. 엄마의 표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다음 기억은 병원이었다고 했다. 눈을 떠보니 형이 헌터를 향해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연설에 나선 헌터 바이든. [AFP =연합뉴스]

말 많았던 사생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형의 부인인 홀리 바이든과 교제해 ‘막장 로맨스’라 비판받았던 일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관계는 잃어버린 사랑(형의 죽음)으로 인한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 끝은 비극을 더 심화시켰다”고 털어놨다. ‘사라진 건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한번 깨진 것은 다시 붙일 수 없다는 것’ 하나는 분명히 깨달았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자신을 추락시켰던 약물 중독 극복기도 빠트리지 않았다. 회고록에 따르면 그가 처음으로 술을 입에 댄 건 8살, 바이든 대통령의 미 상원 재선 축하 파티에서였다. 그때 마신 샴페인 한 모금에서 술과의 악연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20대 땐 퇴근 후면 으레 술을 마셨고, 아버지가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본격적으로 술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형이 사망한 뒤 중독 증상은 더 심해져 12~16시간 내내 술을 마실 정도였다. 재활원을 오가며 술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그즈음 마약에까지 손을 뻗었다.

헌터는 회고록에서 자신이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아버지 바이든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고 기록했다. 그는 “아버지는 약에 찌든 채 차도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를 껴안고 어둠 속에서 한참을 울었다”면서 “아버지는 내가 모든 것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켰다. 그는 그 어떤 나쁜 상황에서도 나를 버리지 않았고, 피하지 않았고, 나를 판단하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회고록은 오는 4월 6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을 3주 앞두고 출간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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