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집단강간 폭로 위구르 여성에, 中 "가족 여기 있다" 협박전화

정은혜 2021. 3. 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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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폭로 여성들, 中서 협박 전화 받아"
주영 中 대사관 "전혀 사실 아니다" 부인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위구르수용소 인권 유린 의혹을 폭로한 여성들의 사진을 들어 올리며 관련 보도를 반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족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네덜란드에 거주 중인 켈비누르 세딕은 최근 중국에서 여동생의 전화번호로 걸려온 화상 전화를 받았다. 화면에는 여동생이 아닌 중국 신장 지역 경찰복을 입은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당신의 가족과 친척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경찰에게 전화를 넘겨받은 여동생도 "제발 조용히 살라"며 소리 질렀다.

우즈베키스탄인 세딕이 31일(현지시간) BBC를 통해 전한 얘기다. 앞서 지난달 2일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수용소에서 중국어 교사로 일하며 겪은 경험담을 폭로했다. 수업 도중 건물 전체에 비명이 울려 퍼졌고, 고문과 성폭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는 것이었다.


폭로자들 "협박 전화 받아…해킹 시도도"

[로이터=연합뉴스]

보도가 나간 뒤 그는 중국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몇 차례 전화를 받았으며 그때마다 경찰복을 입은 남성이 나타났다고 BBC에 전했다. 그는 웃으면서 "뭐 하면서 지내냐, 누구랑 있냐"고 묻곤 했다고 한다. 또 "당신 가족과 친척이 이곳에 있다"고 강조한 다음 "해외에서 살면서 친구들도 많이 생겼을 텐데, 그들의 이름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은 당신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 있으니, 중국 대사관을 찾아가 보라"고 여러 차례 권유하기도 했다. 세딕은 경찰복을 입은 남성과 통화하는 장면을 캡처해 공개했다.

31일 BBC는 세딕처럼 해외에 살면서 위구르 수용소의 실태를 폭로한 22명이 지난 몇 주간 이같은 협박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은 세딕처럼 전화 협박을 받았다. 중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의 집에 경찰관이나 공무원이 방문한 뒤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신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라", "친척을 구금하고 처벌하겠다" 등 직·간접적인 협박도 이어졌다.

욕설을 동반한 문자 메시지와 휴대폰 해킹 시도도 있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중국 국영 매체가 현지에 있는 가족을 동원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며 분노했다.

중국 신장 자치구에서 위치한 한 직업 기술 교육학교. [AP=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위구르 수용소에서 조직적 성폭행이 있었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폭로자들을 "거짓말쟁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 열등감이 강한 성격을 가진 사람, 아동성애자" 등으로 묘사했다. 한 폭로자의 전 남편은 관영 매체에 등장해 자신의 전 부인을 "도덕적으로 나쁜 여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망명자인 위구르인 아지즈 이사 엘쿤은 중국 관영 매체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누이가 자신을 비난하는 모습을 본 이후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엘쿤은 "비록 대본에 쓰인 대로 말한 것을 알고 있지만, 연로한 어머니와 누이가 나오는 모습을 보며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中 대사관 "전혀 사실 아니다"

지난25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동투르키스탄인 여성이 중국 당국의 위구르 탄압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보도 내용과 관련 영국 외무부는 BBC에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에 직접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영 중국 대사관 측은 BBC에 "(해당 여성들에 대한 협박은) 완전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대사관 측은 또 "BBC가 중국 밖에 사는 몇몇 '동투르키스탄'(신장 자치구 거주 투르크족)인이 말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믿는다는 사실에 당혹스럽다"고도 말했다.

BBC의 첫 보도 이후 미국과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서구 국가들은 일제히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의혹과 관련된 중국 인사들을 제재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미국, 영국, 캐나다의 정치인 등에 맞불 제재를 가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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