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벚꽃? 살구꽃? 복사꽃? 헷갈리는 봄꽃 구별법
“애들아, 저기 봐. 벚꽃이 활짝 피었네.”
25일 오전 서울숲, 어린이집 선생님이 외치자 아이들도 탄성을 내지르며 달려갔다. ‘죄송하지만, 저건 벚꽃이 아닙니다’라고 차마 말할 순 없었다. 교사의 위신과 아이들의 동심은 소중하니까. 벚꽃처럼 보이는 연분홍빛 꽃은 살구꽃이었다. 봄꽃 피는 계절이다.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꽃 중엔 헷갈리는 것이 많다. 이참에 구별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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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지저분하면 산수유
남도에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 가운데 하나가 산수유꽃이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생강나무꽃이 산수유꽃과 헷갈린다. 좁쌀 같은 자잘한 꽃이 뭉쳐 있는 모습이 비슷하다. 그러나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아예 다른 종이다. 산수유는 층층나무과, 생강나무는 녹나무과다. 꽃보다 줄기를 보면 의외로 차이가 확연하다. 서울숲 김나연 매니저는 “생강나무는 매끈한 반면 산수유는 수피가 벗겨진 듯 지저분하다”고 설명했다. 생강나무꽃은 보다 둥글고 꽃자루가 산수유꽃보다 짧다. 참고로, 생강나무에서 우리가 먹는 생강이 나진 않는다. 잎과 가지에서 생강에서 나는 알싸한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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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계주, 1번 주자는 매화
매화와 살구꽃, 벚꽃, 복사꽃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꽃만 보면 무슨 꽃인지 헷갈리기 쉽다. 국립수목원 김영재 연구사는 “모두 장미과 유실수로, 이파리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개화 시기를 살피는 게 가장 쉬운 구별법”이라고 설명했다.
매화는 산수유꽃과 함께 남도에서 비슷한 시기에 피는 봄의 전령사다. 홍매화라 불리는 붉은 매화는 한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은 3월 초 매화가 피기 시작한다. 매화는 꽃받침이 붉고 가지에 바짝 붙어서 핀다. 매화가 질 무렵, 살구꽃이 피고 그다음으로 벚꽃이 터진다. 벚꽃은 꽃잎에 작은 홈이 있고, 살구꽃보다 꽃대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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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일본 국화?
본격적인 벚꽃 시즌이 시작되었다. 벚꽃 놀이 성지인 경남 창원 진해뿐 아니라 서울에도 벚꽃이 피었다. 벚나무는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왕벚나무, 털벚나무, 만첩개벚(겹벚꽃) 등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만 61종이 등록돼 있다. 제주 왕벚나무를 비롯한 자생종도 14종이나 된다.
벚꽃에서 왜색이 느껴진다며 정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벚꽃은 일본 국화(國花)가 아니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일본은 아예 국화가 없다. 다만 황실을 상징하는 꽃으로 가을에 피는 국화(菊花)를 쓰긴 한다. 메이지 유신 이후 벚꽃을 휘장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태평양전쟁 때 병기 이름으로 벚꽃을 쓴 역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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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과 개꽃
진달래와 철쭉도 자주 헷갈린다. 같은 진달래과인데다 꽃이 분홍빛을 띠어서다. 개화 시기를 따지면 진달래가 더 빨리 핀다. 이미 전남 여수 영취산는 산 전체가 진달래꽃으로 물들었다. 철쭉은 4~5월, 이파리와 함께 꽃이 핀다. 진달래와 달리 철쭉은 꽃받침이 있다.
흔히 진달래를 ‘참꽃’, 철쭉은 ‘개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달래꽃은 먹을 수 있어서, 철쭉은 먹을 수 없어서 붙은 오래된 별칭이다. 요즘엔 조경용으로 활용도가 높은 철쭉이 더 주목을 받는다. 정원이나 수목원에서 흔히 보이는 영산홍도 철쭉의 한 종류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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