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꿔치기 단서, 여아 발찌..사진 보니 절단 안됐다

백경서 2021. 3.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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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단서 된 ‘숨진 아이 신생아때 사진’ 단독 입수

사망한 구미 3세 여아의 신생아 때 사진. 노란색 표시돼 있는 부분이 신생아 발찌(인식표)다. [사진 구미 3세 여아 가족]

경북 구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가 출생 직후 바꿔치기됐다는 정황을 경찰이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경찰이 바꿔치기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여아의 혈액형·유전자(DNA) 분석 결과와,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인식표(발찌)가 아이로부터 분리돼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이 바꿔치기’를 한 친모로 지목돼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A씨(48)의 가족들은 언론에 나오지 않은 사진을 중앙일보에 공개하면서 이를 반박했다. 상당수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인식표는 절단되거나 훼손되지 않았고, 다만 아이 발에 채워지지 않은 채 곁에 놓여 있었다는 설명이다.

28일 중앙일보가 A씨 가족으로부터 입수한 숨진 아이의 신생아 때 사진 3장 가운데 2장의 사진에는 아기 머리맡에 발찌가 놓여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선 발찌가 침대에 설치된 가림막에 걸려 있다. 통상적으로 산부인과에서는 아기가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생아의 인적사항을 담은 발찌를 발목에 부착한다.


“발찌 끊기거나 훼손 안 됐어…곁에 놓여 있었던 것”
사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아이의 머리맡에 걸려 있는 출생 관련 정보다. 여기에는 A씨의 딸인 B씨(22·구속) 이름이 전 남편의 이름과 나란히 부모 성명란에 적혀 있다. 아이의 성별과 출생 당시 체중(3.485㎏), 출생일과 출생시간 등이 적혀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구미경찰서는 이 사진을 ‘아이 바꿔치기’ 정황으로 판단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딸인 B씨가) 아기를 출산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기의 인식표가 분리된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 가족은 “누군가 인위로 발찌를 훼손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A씨 가족은 “사진 속 발찌는 가위 등으로 훼손되거나 끊긴 흔적이 없다”며 “당시 기억으로 이 사진은 단순히 출산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일 뿐이다”고 말했다.

A씨 가족에 따르면 이 사진은 딸 B씨가 아기를 출산한 지 일주일 안에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찍었다. B씨는 지난 2018년 3월30일,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고, 일주일동안 입원한 뒤 퇴원했다. 산후조리원은 가지 않았다.

A씨 가족은 “카카오톡 가족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이라며 “누가 어디서 찍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A씨나 B씨가 촬영했거나 간호사가 촬영해줬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은 정확한 시간과 날짜의 경우, 카카오톡에 탈퇴하고 다시 가입하는 바람에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A씨 가족은 또 “정확한 (촬영) 시간은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3장의 사진이 각각 다른 시간에 찍힌 듯 하다”고 설명했다. 3장의 사진에서 아기를 싸고 있는 보자기 모양, 베개 위치, 아기의 몸 모양 등이 조금씩 달라서다. 다만 그는 “아기 생김새는 누가 봐도 동일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B씨가 여아를 출산한 산부인과 측은 “사건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A씨(48)의 남편이 공개한 2018년 2월 16일 사진. A씨는 단발머리로, 오른쪽 두 번째다. [사진 A씨 남편]


A씨 가족, 언론 보도 조목조목 반박…“억울하다”
A씨 가족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A씨의 결백을 주장했다. A씨 가족은 입장문에서 “(B씨가) 아이를 빌라에 두고 떠났고, 아이가 사망한 것에 대해선 당연히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머지 가족들도 아이를 지키지 못해 후회와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A씨 가족은 “다만 수많은 루머에 대해서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A씨의 ‘내연남’에 관한 부분이다. A씨 가족은 “경찰에서는 ‘내연남’이라고 하지 않았다”며 “휴대전화 연락처에 저장돼 있는 남성을 상대로 경찰이 DNA 검사를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경찰도 앞서 “내연남이라고 특정지을 순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A씨 가족이 해명에 나선 두 번째 부분은 지난해 8월 빌라에 아이를 두고 떠난 B씨에 관한 이야기다. A씨의 가족은 “가족 대화방에 (죽은 아이) 사진을 (B씨가) 계속 올려서 당연히 함께 이사가서 잘 지내는 줄 알았다”며 “그게 과거 사진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 부부) 윗집에 B씨와 아이가 살았지만, 울음 소리는 정말 듣지 못했고 다른 거주자 분들도 그렇게 얘기했다. (A씨 남편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원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의 남편이 공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A씨의 가족은 “공범이라면 이미 잡혀갔을 것”이라며 “계획범죄라면 (A씨가) 시신을 발견하고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도록 뒀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A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면 남편은 물론 딸, 사위, 병원 주변사람들 모두 한통속이라는 건데 말이 안 된다”고 했다.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A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DNA 검사 결과 다른 경우의 수 있나 찾고 있어”
마지막으로 A씨 가족은 경찰 수사에 대해 “끼워 맞추기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A씨 가족은 “이런 방식으로 수사하는 경찰 측이 너무 이해가 안 된다”며 “저희도 DNA 검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를 통해 다른 경우의 수를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지난달 구미 한 빌라에서 반미라 상태의 여아 시신이 발견된 뒤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미궁에 빠져 있다. 아이를 버리고 떠났다는 B씨가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후, 경찰의 DNA 검사 결과 B씨의 어머니인 A씨가 숨진 아이의 생물학적 친모로 판정되면서다.

경찰은 A씨와 B씨 모두 비슷한 시기 임신과 출산을 했고, A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보고 있다. B씨가 낳은 아이는 바꿔치기된 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구미=백경서·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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