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는데"..부도위험 기업대출 10%·자영업 고위험대출 76조 (종합)

김은별 2021. 3.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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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215.5%

가계대출-실물경제 괴리 정도, 카드대란 이후 최고

기업대출 10%가 부도위험

상환능력 취약한 자영업 '고위험가구' 19.2만개…부채규모 76.6조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역대 최대로 급증하면서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카드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를 봐도 실물경제 활동에 비해 가계부채가 가장 과도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빚의 규모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대출을 합친 민간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훌쩍 넘겼다. 부채의 상당부분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린 데다 금리가 들썩이면서 빚을 못 갚는 경제주체도 더욱 늘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3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GDP 대비 가계·기업대출(민간신용) 비율은 215.5%로 1년 전에 비해 18.4%포인트 올랐다. 실물경제 수준과 가계부채 증가 격차를 나타내는 가계신용갭(GDP 대비 가계신용비율과 장기추세 격차)은 카드 사태가 발생했던 2002년 4분기(7.4%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갭은 정상적인 신용증가율과 실제 증가율의 차이로, 최근 대출 등 신용증가율이 정상궤도를 크게 벗어났다는 뜻이다. 기업부채와 실물경제 간 괴리(기업신용갭) 역시 9.2%포인트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3분기(10.6%포인트)에 근접했다.

신용갭은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가계ㆍ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보여주는 부채위험 평가지표다. GDP에서 가계·기업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보다 빠르게 늘어날수록 갭이 커진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지난 3월3일 한국의 민간신용 갭이 역대 최대로 높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1년 3월3일자 기사, BIS "韓 가계·기업부채 위험수준 역대최고…'경보' 수준" 참조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726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시점보다 7.9% 늘었다. 분기별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4.6%, 2분기 5.2%, 3분기 7.0% 등 점차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현재 2153조5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1% 증가했다.

대출의 위험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부도 가능성이 큰 기업 대출은 전체 기업대출의 10%를 넘어섰고, 빚을 갚을 능력이 취약해 ‘고위험가구’로 분류된 자영업자 가구도 19만2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출금리가 점차 오를 경우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하반기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출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가 있는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 대출차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도 "민간부채가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며 자산가격은 급등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했다"면서 "정부지원조치 등이 종료되는 시점에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신용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가 이자 부담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기업과 가계가 추가로 낸 대출이자는 1조원 수준이었다. 한은이 시장금리 상승 폭인 8.1bp(1bp=0.01%포인트)를 변동금리대출 잔액에 적용해 추산한 결과다. 지금까지는 이자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향후 대출금리가 오르면 경제주체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부도 가능성 큰 ‘위험기업’ 대출 비중 10% 넘어

이자보상배율과 차입금상환배율, 부채비율 기준치를 모두 충족하지 못해 부도 위험이 큰 ‘상환위험기업(위험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6.9%를 차지했다. 위험기업이 보유한 금융기관 여신(위험여신)은 전체 여신의 10.4%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부도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만한 상환위험주의기업(주의기업)도 4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업종별로는 여행 위축, 대면 서비스 부진 등의 영향으로 항공(71.4%), 해운(25.0%), 숙박·음식(22.2%) 등에서 위험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항공산업의 경우 10개 중 7개 기업이 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위험여신 비중은 기업별 여신 규모가 큰 기계장비, 조선 등에서 높았다. 회복 속도가 더딘 기업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재무지표가 악화하며 위험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올해 매출액증가율이 7.2%를 기록하며 기업부문 전체 실적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기업의 위험여신 비중은 10.4%에서 10.1%로 낮아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금리까지 오르는 최악 시나리오에서 기업 위험여신 비중은 16.7%까지 커질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평균이자비용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높아지면 재무건전성이 현재 양호한 기업도 위험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금융 지원 조치를 중단할 때 취약부문 신용 리스크가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이자 지급 능력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4.4배로,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하면 이자보상배율은 3.1배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2019년 36.1%에서 지난해 40.7%까지 커졌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상황(2021년 3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이민규 안정총괄팀장, 민좌홍 금융안정국장, 박구도 안정분석팀장

빚 갚을 능력 취약한 ‘고위험가구’ 자영업자 19.2만개

채무 상환 능력이 취약한 자영업 ‘고위험가구’는 지난해 말 현재 19만2000개로 집계됐다.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 10만9000가구에서 9개월 만에 급증한 것이다. ‘고위험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이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DTA)가 100% 이상으로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 가구를 뜻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부채 규모는 76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두 배로 불었다. 가구수 기준 빚을 가진 전체 자영업 가구의 6.5%, 금액 기준 15.2%를 차지하는 규모다. 업종별로 뜯어보면 금융부채 기준 도·소매업(18.8%) 가구의 대출 비중이 가장 컸고 운수(15.4%), 보건(5.4%), 개인서비스(5.3%) 등이 높게 나타났다.

전체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도 악화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DSR는 지난해 말 38.3%로,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조치에도 불구하고 2020년 3월 말(37.1%)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부채비율(LTI)은 20년 3월말 195.9%에서 12월말 238.7%로 큰 폭 상승했다. 자영업자의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20년 3월말 28.5%에서 지난해 말 31.4%로 높아졌다. 자영업자들 중에서도 소득수준이 높은 5분위 자영업자는 지난해 부동산·주식 등 보유자산이 오르면서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됐지만, 그 외 소득층은 그렇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충격 등으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상당폭 악화된 것으로 평가됐다"며 "특히 저소득(1~2분위) 자영업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재무건전성 저하가 여타 소득계층보다 심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업종별로는 도소매, 음식, 숙박, 운수, 교육서비스 등 대부분의 대면서비스 업종에서 재무건전성이 저하됐다"며 "향후 매출충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리금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악화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어,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 시 유예된 원리금의 분할상환 등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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