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조합에 휘둘리는 농협 上]부가의결권 도입에 '도시농협' 목소리 커진다
조합원 3000명 이상 141곳엔 2표씩 배정하는 부가의결권
대형조합 54%가 '도시조합'.."농촌·농민 권익향상 취지 손상"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12년 만에 '회장 직선제 시대'를 맞는다. 농협의 지배 구조와 의사 결정 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전 조합원의 권익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조합원 209만명이 소속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가 12년 만의 부활을 앞두고 있다. 농업계는 직선제 개편은 환영하면서도 조합원 수 3000명을 기준으로 표를 차등 배분하는 '부가의결권' 도입엔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법안이 발효되더라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중앙회장 선출은 물론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조합원이 많은 대형 단위농협의 의견이 우선 반영돼 정작 농촌과 농민의 권익 향상이라는 농협의 취지가 손상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22일 농협중앙회와 농림축산식품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이르면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로의 개편과 부가의결권 도입 등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방침이다. 직선제로의 개편은 2009년 간선제 도입 후 12년 만이다. 대의원 293표의 간선제에서 조합장 1259표의 직선제로 바뀌고 과반 득표 당선 원칙은 유지된다. '매직넘버'는 147표에서 630표로 바뀐다. 부가의결권은 조합원이 3000명 이상인 대형 조합 141곳에 2표, 나머지 조합 977곳엔 1표씩 돌아가게 된다. 더 많은 조합원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조합원의 의견은 대형 단위조합 위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조합은 282표를 확보하게 되는데 이는 선거 승리에 필요한 630표의 45%에 달한다. 조합 수는 전체의 13%이지만 투표권에서는 22%를 차지하는 구조다. 특히 141개 조합의 54%(76곳)는 '도시 조합'이다. 시 단위의 제주, 순천, 대구경북능금농협 등은 조합원이 1만명을 넘는다.
이 때문에 지역 조합과 정치권에서는 부가의결권의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합원이 3000명 이상 있는 조합이 두 표를 갖고 있으면 (중앙회장 후보자가) 해당 조합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직선제 전환의 취지도 훼손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합원이 3000명 이상인 조합조차 문제라고 인정했다. 이미 부가의결권이 적용된 중앙회 대의원 선거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의원 조합장 선거에서는 조합원이 3000명 이상인 조합의 경우 3표를, 2000명 이상~3000명 미만이면 2표, 2000명 미만 조합은 1표의 부가의결권을 적용하고 있다.
조합장 A씨는 "인원이 많은 조합이 결국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의원 조합장 선거도 대형 조합 위주로 돌아가니 중앙회장 선거 양상이 어떨지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의 '좋은농협위원회' 위원이던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는 "농식품부가 강하게 주장해 중앙회장 직선제 개편에 부가의결권 도입은 관철됐다"며 "'1조합 1표'로 1118표의 직선제가 시행되면 지역 조합의 목소리가 커져 조직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직선제를 반대하기 위해 부가의결권 도입을 제시한 것도, 부가의결권이 새롭게 제시된 내용도 아니다"며 "이미 농협법에 따라 부가의결권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중앙회장 선거에서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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