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종시민 가마니로 보나" 공시가 133% 뛰자 집단행동

김방현 2021. 3.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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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려울마을 7단지, 이의신청위한 주민 서명 나서
정부가 최근 공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한 세종시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의신청에 나선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세종시가 지난해보다 70.68% 올라 17개 시·도 중 압도적인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정부세종청사와 아파트, 상가 등이 가득 들어서 있는 세종시 도심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21일 세종시와 세종지역 아파트 주민 등에 따르면 세종시 보람동 호려울마을 7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시가 이의신청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이 아파트 548가구 가운데 절반인 273가구 주민이 서명했다. 입주자대표회 김철주 회장은 “모든 주민의 서명을 받아 오는 29일 한국부동산원에 이의신청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말고도 세종지역 4~5곳의 아파트 주민은 공시가격 이의신청을 위한 서명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 9억350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라
정부 발표 안에 따르면 세종지역 공동주택 평균 상승률은 70%로 전국 최고였다. 하지만 호려울마을 7단지는 최고 133%까지 올랐다. 이 단지는 세종시청 인근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다.

이 아파트 공시가격을 보면 전용면적 102㎡(41평형)의 경우 지난해 4억 원에서 올해는 9억3500만 원으로 5억3500만 원(133.8%) 오른 곳도 있다. 또 같은 102㎡규모의 공시가가 지난해 4억700만원에서 올해 9억3500만원으로 130%상승하기도 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32평형)인 한 아파트는 지난해 3억5700만원에서 올해 6억1600만원으로 올라, 상승률 77%를 기록했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세종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대비 70.68%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유리창에 아파트 매매 가격이 걸려있다. 뉴스1


11층 이상 전용면적 102㎡는 모두 종부세 대상
이와 함께 이 아파트 548채 가운데 25.36%에 해당하는 139가구가 올해 공시가격이 종합부동산세 기준인 9억원을 넘었다. 11층 이상 전용면적 102㎡ 이상인 아파트는 모두 9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9억원을 넘는 집이 단 한 가구도 없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가 완공된 2019년 10월 이후 실거래 건수는 총 8건에 불과하고, 특히 전용면적 102㎡는 1~2건에 불과해 공시가 산정 기준으로 삼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철주 입주자대표회장은 “실거래가가 더 높은 주변 아파트 단지는 공시가격이 오히려 더 낮게 산정되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호려울마을 5단지는 전용면적 84㎡의 아파트가 지난해 9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공시가격은 6억1600만원으로, 8억원에 거래된 호려울마을 7단지 아파트와 같았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공시 가격 폭등으로 이 아파트 단지 재산세는 크게 오를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 기준인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긴 집이 대거 등장하면서 일부 주민은 의료보험료가 증가하고 기초연금이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의료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세종시 보람동 호려울 7단지 아파트. 세종시청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김방현 기자


재산세도 2배 이상 상승할듯
국토부 모의분석 자료 등을 참고하면 공시가격 3억5000만원일 때 70만8000원인 재산세는 공시가격이 6억1600만원으로 오르면 153만5520원으로 2배 이상 뛴다. 또 공시가격이 4억700만원에서 9억3500만원으로 뛴 102㎡ 규모의 아파트 재산세는 85만8480원에서 272만2200원으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아파트 단지 전용면적 102㎡의 집에 거주하는 A 씨는 “집 한 채 가진 사람까지 적폐로 낙인 찍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며 “재산세는 결국 소득이 있어야 낼수 있다. 그런데 물가 상승 등으로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데 집값만 이렇게 갑자기 크게 올려놓으면 어쩌란 말이냐”고 말했다.

세종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순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요금, 기초 연금 등 여러 면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세종시민을 가마니로 멍충이로 보는 것 같다”는 글이 올랐다. “더는 국민을 배려하는 정부가 아니다. 공시가격이 올랐으니 전·월세 가격도 상승할 것 같다” 등의 주장도 나왔다.

주민 "소득은 주는 데 세금은 왕창"
세종시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지난해 25가구에서 올해 1760가구로 70배 증가했다. 이는 세종시 공동주택 12만699가구 가운데 1.45%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가 1722가구, 12억원에서 15억원 사이는 36가구, 15억~30억 2가구 등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세종시가 지난해보다 70.68% 올라 17개 시도 중 압도적인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에 정부세종청사와 아파트, 상가 등이 가득 들어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 공시가격 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안)은 19.08%로 나타났다. 2006년(22.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상승률은 5.98%였다. 올해 시·도별 상승률은 ▶세종(70.68%) ▶경기(23.96%) ▶대전(20.57%) ▶서울(19.91%) ▶부산(19.67%) 순이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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