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물관리, "댐·하천 잇는 오작교 전략 필요"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물관리일원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에는 댐·하천 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본격적인 통합물관리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국민이 물과 기후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경 전문가들은 홍수·가뭄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오랜 기간 단절된 댐과 하천의 연계관리 체계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도 속출했다. 국내에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자연재해로 194명의 인명피해와 약 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3조4000억원에 달했고, 이보다 2~3배 많은 복구비용이 투입됐다. 전세계적으로도 지난해 중국에서만 이재민이 7000만명 발생했고, 37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났다. 2018년 유럽·동아시아 지역의 기록적 폭염, 2019년 호주·아마존의 대규모 산불도 이상기후에서 비롯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 영향은 크게 홍수·가뭄의 빈도와 강도 증가, 수질·수생태계 건전성 악화로 구분된다. 지난해 여름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371.2㎜) 대비 1.8배(687㎜)를 기록했고, 순천·순창·담양 등에서는 500년 빈도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6배에 달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2100년까지 연평균 강수량이 2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2000년대 들어 수량·수질을 통합하는 물관리체계 일원화 요구가 각계에서 빗발쳤다. 홍수·가뭄 때마다 부처 간 업무가 중복되고 과잉투자와 재정 집행 비효율 문제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8년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치권 이견으로 하천의 시설관리 업무는 국토부에 남겨졌다. ‘반쪽짜리 일원화’라는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지난해 여름 대규모 홍수피해를 겪으면서 정부와 국회가 다시 움직였다. 국토부의 하천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몇 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에 지난 1월 환경부는 국토부가 해온 하천관리 정책을 통합해 새 물관리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통합물관리추진단을 구성했고, 내년 1월 조직·기능의 본격 통합을 앞두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면 유역 내 댐과 하천이 각각 홍수량을 감당해야 하는데 댐에 홍수량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악조건이 이어지고 있다. 댐의 빗물을 하천으로 방류하면 설계기준이 낮은 댐 하류 하천시설물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댐·하천 간 설계 빈도를 일치시키고 홍수 범람 제약사항에 대한 상·하류 전수조사, 홍수 총량제 도입 등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목적댐은 200년 빈도지만 국가하천(100~200년 빈도), 지방하천(50~200년 빈도), 소하천(30~100년 빈도) 설계기준은 제각각이다. 1000㎖ 통에 담긴 물을 500㎖ 용량의 그릇으로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댐·하천·지하수·하구 등 유역 내 물관리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운영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댐·하천 연결로 훼손된 수질·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꼽힌다.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댐·하천 수변공간을 지역 관광지로 조성하는 등 지역 상생을 유도할 혜안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가하천·지방하천·소하천 관리체계를 효율적으로 통합할지도 관심이다. 현재 국가하천(3603㎞)은 정부, 지방하천과 소하천(6만942㎞)은 지자체가 관리한다. 국가하천 중 16개 보(洑)와 아라천(32㎞) 구간은 전문기관이 위탁해 맡고 있다. 하천 정비와 유지관리 대부분을 지자체가 담당하는 구조다. 다만 지자체의 인력·전문성 부족, 재정·행정적 비효율 등이 문제로 거론된다. 정부의 관리영역을 확대해 취약구간 관리를 강화하고 전문기관 참여로 정부의 업무부담을 낮추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지역 균형 발전 명목으로 1조원 이상의 지방하천 예산이 지자체로 이양됐지만, 예산 집행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하천 정비가 뒷전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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