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양보다 질" 치열한 공중전..2030년 이후 미래전 대비필요
한국 2030년 전투기 400여대 보유
5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20% 수준
북한 핵무기 못 막고, 주변국 밀려
미래 위협 대비 6세대(AI) 준비해야
다음 달 초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가 나온다. 정부는 KF-X 120대를 개발·생산하는데 총 18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어렵다고 전망했던 첨단 전투기 개발에서 기술 난관을 극복한 성공이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십 년 뒤 펼쳐질 안보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전투기 수량만 비교하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1970년대 도입한 F-4ㆍF-5 전투기는 곧 퇴역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노후 전투기 200여 대가 빠진 공백을 KF-X로 채운다고 기대한다.
2030년대 초반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과 일본이 보유할 4세대(F-16ㆍF-15급) 이상 성능을 내는 전투기 보유 규모를 비교하면 ▶한국 409대 ▶일본 412대 ▶중국 1000여대▶북한 20여대 수준이다.
단순히 보유 수량만 비교하면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고, 중국은 나라 크기만큼 압도적인 수준이다. 북한은 사실상 비교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세대 차이’ 문제가 있다. 전투기 질적 수준까지 본다면 한국은 안심하기 어렵다. KF-X는 4.5세대 전투기로 평가된다. 전투기는 성능 발전에 따라 ▶4세대(뛰어난 레이더ㆍ컴퓨터 성능)▶5세대(스텔스 기술 적용)▶6세대(무인기, AI 적용)로 분류한다.
물론 KF-X는 일반적인 4세대 전투기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춘다. KF-X 탑재용 AESA(다기능 능동) 레이더는 잠자리의 눈처럼 1000여개의 작은 레이더로 구성돼 동시에 여러 대의 적 전투기와 공중ㆍ지상ㆍ해상의 표적을 식별해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스텔스 성능이 부족해 5세대로 분류할 수 없다. 초기 생산품(블록1, 블록2)에는 제한적인 스텔스 기술만 적용한다. 2030년 중반 이후 개량된 생산품(블록3)부터 본격적인 스텔스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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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한국 전투기 중 스텔스기 20% 수준
스텔스기는 레이더 포착이 어려워 ‘유령 전투기’라고 불린다. 미 공군 실험에 따르면 4세대 전투기는 5세대 전투기와 벌인 모의 교전에서 5세대 전투기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격추됐다. 전투기 성능 측면에서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스텔스기 기준으로 한국은 주변국에 크게 밀리는 형세다. 2030년대 초반 한국은 80여대, 일본은 147대를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은 200~300여대를 개발ㆍ도입할 전망이다. 한국은 주변국과 비교하면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한국 전투기 중 20%만 스텔스 성능이 가능하다.
중국은 자체 생산한 J-20(젠-20) 스텔스 전투기 40여대를 이미 실전 배치했다. 미국 F-22 스텔기를 본 떠 만들었다. 2030년대에 200~300대를 확보할 전망이다. 미국 F-35와 비슷한 J-31도 개발했다. 항모에서 뜨고 내리는 함재기로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일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즈는 올해 중국 국방비가 전년도 대비 6.8% 증가한다고 전했다. 노후 무기와 장비를 대체하며, 항공모함과 J-20 스텔스기 대량 생산에 돌입하는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스텔스 전투기 147대를 보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일부를 도입해 실전 배치했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F-35A 스텔스 전투기와 동일한 기종이다. 경항모로 분류하는 이즈모급 대형 수송함에 배치할 수직 이착륙형 F-35B 42대도 포함된 계획이다.
한국은 올해까지 F-35A 40대 도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해 2030년대 초 예정된 경항모 건조에 앞서 수직이착륙기 20대 계획도 세웠다. F-35B 기종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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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에 열세, 북한 핵무기 타격 임무도 부족
또한, 차세대 전투기(FX) 2차 사업도 조만간 시작해 F-35급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도입한다. 당초 FX 사업을 추진할 때 60대를 도입하려다 예산이 부족해 우선 40대만 확보했다. 20대를 추가 도입해야 FX 사업이 완료된다. 그마저도 사업 속도가 느려져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은 현재까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이나 도입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 위협은 단순히 북한 전투기 보유 규모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과거 ‘킬체인’으로 불리던 ‘전략적 타격체계’에 스텔스 전투기 투입이 필요해서다.
지난해 스웨덴 외교부 산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30~40개로 추정했다. 북한 핵무기 보유 수량은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0개로 평가한다.
북한은 탄도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한 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어 은밀하게 숨겨 둔 뒤 필요할 때 꺼내 쏘는 전략을 세웠다. 평소에도 빈번하게 위치를 바꾼다. 어디서 나와 어디에서 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움직이는 위협은 탄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없다. 핵심 지휘부 공격도 마찬가지다. 전투기가 접근해 마지막 순간까지 목표를 확인하고 발사 버튼을 눌러야 한다. 당연히 은밀한 침투가 핵심이다. 촘촘한 북한 방공망을 뚫고 침투하려면 스텔스 전투기가 필요하다.
공군 내부자료에 따르면 대략 430대 정도를 한국 공군의 전투기 적정 보유 수량으로 판단한다. 북한 전투기 차단 및 방공망 파괴, 핵무기 등 전략 무기와 핵심 시설ㆍ지휘부 타격, 장사정포 등 대화력전 투입 계획, 주변국 위협 대응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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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430대 보유 목표, 이제 개념부터 바꿔야
하지만 단순히 양적인 전투기 수량을 고집하던 관성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20~30년 뒤 미래를 대비하려면 처음 군대에 들어와 임관하던 20~30년 전 그때 생각과 그 이후 쌓아왔던 경험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스텔스 성능을 갖추지 못한 전투기는 공중전과 전략적 임무에 투입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심 목표를 파괴하고 주변국에 대응할 수 있는 5세대(스텔스)를 넘어선 전투기에 초점을 둬야 한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2030년대 후반을 목표에 두고 레이저포와 사이버 공격 능력 탑재도 추진한다. 단순히 스텔스 성능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당장 스텔스 전투기 주문을 늘려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이미 5세대(스텔스) 전투기는 ‘현재’ 일뿐 다가올 ‘미래’가 아니다. 6세대 전투기 개발도 벌써 눈앞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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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무인기) 전투기, 가능성 아닌 현실
이미 본격적인 무인기에 앞서 일단 유ㆍ무인 겸용 개발과 함께 인간 조종사와 팀을 짜 임무를 맡는 단계에 도달했다. 기존 유인기를 무인기로 개조하는 기술도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미 공군연구소(AFRL)가 공개한 동영상에선 F-35A 전투기 1대가 무인 전투기 6대를 이끌고 다녔다. 인간 편대장을 도와주는 무인기는 ‘로열 윙맨’(충성스런 편대 호위기)으로 불린다. 적 방공 무기나 레이더를 파괴하는 임무를 맡는다.
미국과 호주가 공동으로 개발한 무인기는 지난달 말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ㆍ독일도 무인기를 연구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전투기 조종사처럼 비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실험을 해봤다.
지난해 8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응용물리연구소(APL)에서 ‘알파독파이트(AlphaDogFight)’로 불린 실험에서 실제 전투기 조종사와 AI이 모의 교전을 벌였다.
이날 실험은 비행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근접전으로 치러졌다. 상대방을 기관포를 쏴 격추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5대0으로 압도적이다. AI는 15발을 쏴 인간 조종사의 전투기를 5번 격추했다. 인간 베테랑 조종사는 도망만 다녔을 뿐 별다른 저항도 못 했다.
6세대 전투기 출현은 어느덧 가까운 미래로 다가왔다. 실험 성과만 본다면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보 위협 평가와 무기 도입을 둘러싼 논쟁은 과거와 현재에 매몰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소식통은 “한국군은 과거에 만들어 지금 쓰고 있는 기술과 현재 위협만 생각한다”며 “미래 위협 변화 동향과 이에 대응할 기술 발전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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