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빼면 낯선 그들, 5000만원 날려도 서울시장 도전 왜

김준영 2021. 3.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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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서울시장 선거에는 박영선(더불어민주당)ㆍ오세훈(국민의힘)ㆍ안철수(국민의당) 외에도 후보가 10명이 더 있다. 신지혜(기본소득당)ㆍ허경영(국가혁명당)ㆍ오태양(미래당)ㆍ이수봉(민생당)ㆍ배영규(신자유민주연합)ㆍ김진아(여성의당)ㆍ송명숙(진보당)ㆍ정동희(무소속)ㆍ이도엽(무소속)ㆍ신지예(무소속) 등이다. 선거 단골 출마자인 허경영 씨 외엔 이름마저 낯설다. 후보 지지율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이름 없이 ‘기타’에 묶이는 이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군소 후보들은 왜 출마를 결심했을까.


연간 300만원 기본소득 신지혜
지난해 12월 8일 예비 후보 등록 첫날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사표를 낸 신지혜(33) 기본소득당 후보는 서울시민에게 연간 300만원 규모의 ‘서울형 4대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게 대표 공약이다. 신 후보는 “연간 기본소득 중 110만원은 현재 서울시 세계잉여금, 부동산 관련 이익 등 자체 재원으로도 가능하고, 나머지 190만원 재원은 탄소세 도입 등 추가 입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당은 원내 의원이 1명밖에 없지만, 신 후보의 슬로건은 ‘안될 거 없잖아, 서울 기본소득’이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페이스북 캡처


신 후보는 또 “시장이 되면 임기 첫날 서울시 공공부문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으로 실시되는 만큼 양성평등 문제를 서울시 주요 정책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최초의 병역거부 시장 후보 오태양
오태양(45) 미래당 후보는 지난 18일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첫 양심적 병역거부자 서울시장 후보입니다”라고 소감을 적었다. 2001년 평화ㆍ봉사의 인생관을 주창하며 병역거부를 선언한 그는, 이 일로 1년 6개월 실형(병역법 위반)을 선고받고 복역(1년 3개월)했다. 이 일은 양심적 병역 거부란 의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시킨 계기가 됐고, 20년만인 올해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됐다.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미래당 제공


오 후보는 “강고한 기득권 동맹을 타파하고,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와 함께 걷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시청에 청년청ㆍ여성청ㆍ소수자청 등 10개 청을 신설해 서울 시정을 10대 청장 협의체로 꾸리겠다는 공약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한다. 오 후보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하면 20년 전엔 범죄자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대가 변했다. 메가시티 서울에도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시장이 이젠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제3 정치ㆍ경제론 이수봉
이수봉(59) 민생당 후보는 ‘제3 정치ㆍ경제론’을 주창한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각각 신(新) 적폐ㆍ구(舊) 적폐로 규정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선 “신ㆍ구 적폐를 오간 야합 인사”로 평한다. 안 후보와는 한 때 보조를 맞춘 적도 있다. 안 후보가 무소속 의원(19대 국회)일 때 보좌관이었고, 새정치민주연합 입당, 국민의당 창당할 때도 함께 했다. 하지만 그는 “안 후보의 제3지대새 정치는 끝났다. 내가 제3지대 대표 주자”라고 말했다.

이수봉 민생당 서울시장 후보. 민생당 제공


이 후보의 제3 경제론의 골자는 기본소득이다.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은 재난지원금과 섞여 있어 보편적이지 않고, 기본소득당의 기본소득은 관념적”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을 “국내 기본소득 첫 설계자”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강남훈 한신대 교수와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와 함께 『기본소득론 -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라는 책을 썼다. 이 후보는 생애기본소득청구권ㆍ생애기본자산형성권이라는 뼈대로 서울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밖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송명숙(34) 진보당 후보는 ‘집 사용권’이라는 공약을 내놨다. 공공임대 주택을 만들되, 민간이 아닌 국가ㆍ지방단체가 직접 관리를 해서 국민 누구나 원하는 때까지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 강남 테헤란로를 2차선으로 줄이는 일을 포함해 기후 위기 대응 공약들도 있다.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성비위로 실시되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여성의당만큼 당당한 정당은 없다”며 나온 김진아(45) 여성의당 후보는 양성평등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냈다. 서울시장 직속 여성 폭력 대응기구를 설치하고, 서울시 산하 공기관 임원의 50%를 여성에 할당, 서울시 공공주택분양의 50%를 여성세대주 가구에 할당하겠다고도 했다.

김진아 여성의당 서울시장 후보. 여성의당 제공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최초의 페미니스트 시장 후보로 나서서 주목받았던 신지예(30) 무소속 후보도 재도전한다. ‘팀서울’이라는 조직을 꾸려 이가현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은하선 은하선토이즈 대표 등과 함께 뛰고 있다.

신지예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중앙포토


허경영(73) 국가혁명당 후보는 그의 어록인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이 많습니다”라는 문구를 후보 등록 서류 봉투에 적어 냈다. 미혼자 전원에게 매달 20만원을 주는 ‘연애공영제’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서울시장 후보. 뉴스1


후보 등록엔 기탁금 5000만원
서울시장 선거는 예비후보 등록에 1000만원, 정식 후보 등록에 4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의 기탁금이 필요하다. 당선 또는 득표율 15% 이상이면 전액 반환, 10~15%면 절반 반환, 10% 이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군소 후보들의 희망 득표율은 2%~5% 등 대체로 10% 아래다. 당선 가능성,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 모두 희박하단 걸 후보들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우리 당의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거대 양당이 살피지 않는 인권 사각지대를 조명하기 위해” “제3지대 정치 불씨를 피우기 위해” 등 저마다의 목적을 힘주어 말했다. 꼭 당선이 아니더라도 이런 목적을 이루면,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것이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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