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심르포 ①서남권] "대통령의 무능이 피부로 느껴지긴 처음"

정계성 2021. 3. 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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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 vs 코로나 안정' 엇갈린 시민여론
집값 폭등과 LH 사태에 野 지지자들 '분노'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과정 지켜보며 '착잡'
與 지지자들 "文 아니었다면 방역 실패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데일리안

서울의 서남권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호남선의 출발점인 관악구를 시작으로 금천구·구로구·영등포구·강서구는 21대 국회 이전부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 당선됐던 지역이다. 특히 30~40대 연령층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민주당 성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단위를 좁혀보면 서울시 전체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동네가 존재한다. 지역에서는 영등포구 본동과 당산 1동, 구로구 고척 2동, 강서구 등촌 2동 등을 꼽는다. 실제 이들 지역은 지난 2018년과 2014년, 2010년 서울시장 선거의 최종 득표율과 매우 근접한 결과가 나왔었다.


일례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당산 1동에서 박원순 후보 51.84%, 김문수 후보 23.16%, 안철수 후보 19.43%를 각각 득표했는데, 이는 서울시 전체 득표율(박원순 52.79%, 김문수 23.34%, 안철수 19.55%)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다. 2014년 선거 때에도 박원순 후보 56.21%, 정몽준 후보 42.38%로 서울시 전체(박원순 56.12%, 정몽준 43.02%)와 비슷한 흐름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정을 안정시키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 시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과 "이번에는 바꿔서 정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했다. 분명한 것은 서울시장 재보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점이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통설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여야 지지자들의 차이는 '열정의 정도'에서 확연히 느껴졌다. 특히 야권 지지자들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인터뷰 중 목소리가 커질 때가 많았다. 등촌 2동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한다는 안모 씨(36세 남)는 "'내집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무능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서울의 아파트는 이제 나 같은 사람은 살 수 없는 물건이 돼 버렸다"고 성토했다.


등촌 2동에 거주하며 택시 운전을 한다는 김모 씨(67세 남)는 "저만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야간 손님이 뚝 끊겨 수입이 크게 줄었다. 국민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1년 내내 민주당은 검찰개혁인지 공수처인지 하겠다고 싸움만 하지 않았느냐"며 "검찰개혁이 민생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던데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산1동의 한 아파트 소유자라고 밝힌 강모 씨(52세 남)는 "아파트 가격이 올라 좋겠다고 주변에서 축하 아닌 축하를 하는데 좋은지 모르겠다"며 "이사를 하려고 봤더니 다른 곳들도 다 올랐기 때문에 지금보다 나은 곳으로 가려면 오히려 돈이 더 필요하더라. 집값 올려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치 죄인 취급하고 세금 더 내라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한숨'을 짓는 등 착잡한 모습이었다. 과거 영등포동 주민자치회 활동을 했었다는 김모 씨(65세 여)는 "적합도니 경쟁력이니 정치적 계산만 하는 모습인 것 같아 실망"이라며 "서울시민을 위한 단일화라는 점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강서구를 찾아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반면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주로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목동 깨비 시장에서 만난 정모 씨(44세 남)는 "코로나 시국이 빨리 안정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 정부와 한팀으로 서울시를 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LH 사태와 관련해서는 "제 부모님도 2005년에 주말농장 용도로 경기도 시흥에 농지를 샀는데,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모종의 투기 의혹이 끊이지 않았었다"며 "오래된 적폐들이 민주당 정부였기 때문에 비로소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이번 기회에 모두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등촌동에서 광고 제작 업체를 운영 중인 윤모 씨(58세 남)는 "야당의 후보들이 당선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게 있느냐"고 반문한 뒤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가 우세하다는 기사들을 봤는데, 후보 경쟁력만 보면 민주당이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산 1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 씨(39세 여)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까 생각 중"이라며 "문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했을 수 있겠느냐.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잘 하시는 것 같은데 언론이 도와주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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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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