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단일화 며칠만 빨랐어도..빛바랜 유시민·심상정 합의
투표일 3일 전 단일화, 꿈으로 머문 대역전 드라마..무효표, 투표 포기 변수 고려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사퇴한 심상정 후보의 이름에 기표한 무효표가 많았고 이런 결과를 두고 일부에서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으나….”
2010년 6월2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후보는 6월4일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을 앞두고 이런 글을 올렸다.
무효표를 근거로 재투표를 주장하는 일부 지지층의 행동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는 메시지였다. 선거 패배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재투표 주장을 거둬달라는 내용이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가 무효표 논란과 재투표 문제로 번진 것은 후보 단일화의 정치 공학과 관련이 있다. 유시민 후보는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1대1 구도를 만들어냈지만 당선에 이르지는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는 227만1492표(52.20%)를 얻었고 유시민 후보는 207만9892표(47.79%)를 얻었다. 두 후보의 표 차이는 19만1600표로 집계됐다. 당시 무효표는 18만3387표에 달했고, 기권자 수는 422만7069명에 이르렀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의 무효표는 2006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무효표인 4만여 표에 비해 4배 이상 많았다. 무효표가 많이 발생한 이유는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적혀 있었는데 그를 뽑으면 무효표로 분류됐던 당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유시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 시점이 문제의 초점이었다. 선거 단일화의 시점과 관련해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는 ‘안 좋은 선례’로 정치사에 기록돼 있다. 후보 단일화는 주요 선거의 판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이다. 하지만 단일화에 매몰될 경우 기대했던 선거 결과와 거리가 먼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다.
단일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후보자 등록 시점 이전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후보자 등록 시점 이전에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실제 투표까지 단일 후보로 선출된 인물을 집중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후보로 각자 등록하고 선거운동 진행 과정에서 단일화 협상을 벌일 경우 합의 과정도 순탄치 않지만 결론을 내더라도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단일화 경쟁 상대와의 신경전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각자 후보로 등록하고, 선관위의 투표용지 인쇄도 끝난 이후에 단일화에 합의하는 경우다.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는 6월2일에 있었는데 5월30일에 심상정 후보가 사퇴하는 형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심상정 후보는 “유시민 후보를 반드시 당선 시켜달라”면서 눈물로 호소했다.
이런 형식의 단일화가 한계를 드러내는 이유는 심상정 후보를 뽑고자 했던 이들이 온전히 유시민 후보 쪽으로 표심을 이동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심상정 후보 개인 또는 진보신당에 한 표를 던지려 했던 이들 중에서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선택하기보다 기권 또는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단일화 결과에 대한 불편한 정서를 표출할 수 있다.
더 문제는 투표용지 인쇄 이후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는데 유권자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다. 선관위 쪽에서는 사퇴한 후보자 이름을 투표장에 공지하는 방법으로 유권자 무효표를 방지하는데 투표장에 나서는 모든 이가 그 공지문을 확인한 뒤 투표에 참여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사전 투표는 또 하나의 변수다. 투표 용지 인쇄는 물론이고 사전 투표가 끝난 시점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경우 무더기 무효표가 나올 수도 있다. 이미 투표가 이뤄진 뒤에 해당 후보자가 사퇴한다면 이는 무효표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유시민 후보는 당시 민주당과의 단일화, 진보신당과의 단일화를 연이어 성사시키면서 경기도지사 선거의 판을 흔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김문수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다. 단일화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얘기다.
무효표가 급증한 상황, 김문수·유시민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았던 상황 등을 종합할 때 만약 단일화 시점이 며칠만 빨랐더라면, 후보 등록 이전에 단일화를 성사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이미 나왔고 선거 결과를 되돌릴 수도 없다. 패배한 쪽은 속이 쓰리겠지만, 정치에서 ‘만약’은 아쉬움의 단어일 뿐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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