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의치한' 아닌 '의치한수'..수의대, 귀하신 몸 됐다
서울 한 고교를 졸업한 이모(19)양은 지난해 꼭 가고싶던 수의학과 입시에 실패해 재수를 시작했다. 웬만한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지만 떨어져 재수를 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수의학과만 지원했다. 이양은 “힘들때마다 키우는 강아지가 위로가 돼줘서 수의사를 꿈꾸게 됐다”며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서 수의학과가 유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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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수의대 경쟁률…'의치한'대신 '의치한수'
최근 대학 입시에서 수의학과 경쟁률이 계속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전국 10개 수의대 경쟁률은 11.02대 1을 기록했다. 수의대 경쟁률은 2019학년도 9.05대 1, 2020학년도 10.27대 1에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 모집 정원에 비해 학생 수가 크게 줄었는데도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다.
모집군 '다군'의 유일한 수의대인 제주대는 31.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전북대(13.44), 충북대(11.82) 등의 경쟁률이 높았다. 입시 업계에서는 수의대 정시 합격선도 자연계열 상위 1.0~3.5% 정도로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의대의 달라진 위상은 입시 업체들이 쓰는 용어에서도 드러난다. 예전에는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망하는 학과를 '의치한(의대·치의대·한의대)'이라 불렀지만 최근에는 수의대를 포함해 '의치한수'라는 용어가 쓰인다. 아예 '의치한수 입시 설명회'라는 제목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업체들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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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대 남녀 비율 55:45, 여학생 급증
통상 의학계열 학과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훨씬 많지만 수의대에서는 여학생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0학년도 수의학과 입학자 중 여학생 비율은 28.9%였지만, 10년 뒤인 2020학년도엔 45.4%로 높아졌다. 2020학년도 입시에서는 서울대, 강원대, 건국대 수의학과에서 남자보다 여자 신입생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의대의 여자 신입생 비율이 여전히 34%인 것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입시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하면서 수의대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수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TV 방송 등에서 반려동물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수의사 인기가 높아졌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메디컬 분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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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수의대 신설 움직임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의대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대는 거점 국립대 중에서 유일하게 수의대가 없다며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수의대는 국립대 9곳, 사립대(건국대) 1곳에 설치돼있고 정원은 496명(2021학년도 정원내 기준)이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이미 공급이 과잉 상태라며 수의대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지난해 11월 부산대 수의대 신설에 관한 결의문을 내고 “우리나라는 영국, 캐나다 등보다 수의사 1인당 가축, 반려동물 수는 적은데 수의과대학 수는 더 많다”며 “수의과 신설이 수의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수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의사 중 임상수의사는 7405명으로 이중 80%가 넘는 6010명이 반려동물 수의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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