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60대, 참고 못산다"..코로나에도 '황혼이혼' 신기록 [경제통]
지난해 5월 ‘가정의 달’에 A씨(63)는 남편과 이혼했다. 남편의 빚과 술 문제로 시달린 세월이 30여 년이었다. 따로 산 지도 10년이 넘었다. 자식 생각에 이혼만은 피하려고 했지만 스트레스에 건강까지 나빠지니 A씨는 더 버틸 수 없었다. A씨는 “자식들은 내가 어떻게 살아온 지 아니까 아무도 이혼을 반대하지 않았다”며 “법원까지 같이 따라가서 신청하는 걸 도와줬다”고 했다.
해가 져 어스름해지는 때를 말하는 황혼(黃昏). 인생에 노을이 지는 시기에 오래 살아온 배우자와 갈라서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결혼도, 이혼도 줄었지만 황혼 이혼만은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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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ㆍ이혼 통계’에 따르면 혼인 기간 20년 이상인 부부 3만9671쌍이 지난해 이혼했다. 1년 전보다 3.2% 늘었다. 황혼 이혼 건수도, 비중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해 이혼한 부부 10만6500쌍 가운데 37.2%가 황혼 이혼이었다. 이혼 3건 중 1건꼴이다. 30년 넘게 살다가 헤어진 부부도 1만6629쌍에 달했다. 전체 이혼 중 15.6%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이혼율 통계에도 뚜렷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55~59세와 60세 이상 여성의 이혼율(해당 연령대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5.1건, 2.0건으로 전년 대비 0.2건, 0.1건 각각 늘었다. 54세 미만 여성의 이혼율이 일제히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60세 이상 남성의 이혼율만 3.6건으로 전년 대비 0.1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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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전체 이혼 줄었는데 황혼 이혼 역대 최대
코로나19가 닥친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1년 전보다 3.9% 줄었다. 2017년 이후 3년 만의 감소였다.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지목됐다. 김소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일단 혼인이 지난 2012년부터 9년 연속 감소를 해서 이혼 감소에 영향을 줬다”며 “두 번째로는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한다거나 아니면 법원 휴정 권고 등을 이유로 이혼 신청이나 이혼 처리 절차가 좀 길어지면서 이혼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밖에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독립이 어려워졌다거나, 영업 제한으로 저녁 술자리가 줄면서 가족이 오히려 화목해졌다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을 뚫고 지난해 황혼 이혼은 나 홀로 증가했다. ‘그래도 같이 못 산다’는 노년의 부부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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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1990년만 해도 혼인 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황혼 이혼)은 2363건에 불과했다. 30년 만에 17배나 늘었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42.6% 증가다. 고령 인구 자체가 늘고 있는 데다 사회 흐름도 많이 변했다. 기대 수명이 80대가 넘는 장수 시대도 한몫한다. 지금 50~60대에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고 산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인생 20~30년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의 결혼 파업, 고령화와 맞물려 코로나19 이후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결혼 건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라 이미 결혼해 살아가고 있던 부부의 황혼 이혼 비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자녀가 성인이 되거나 결혼을 한 후에 이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 황혼 이혼은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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