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3개 품고 그녀 찾았다, 전주 스토커 자폭테러의 전말
사제 폭발물 터뜨린 20대 징역 5년
폭발물사용·특수주거침입·협박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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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3개 중 1개는 현관문 폭파용"
"나 너 없으면 진짜 죽는다니까. 알았어, 죽을게."
교제를 거부한 여성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사제 폭발물을 터트린 스토커 A씨(28)가 범행 전날 피해 여성에게 전화로 협박한 내용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 16일 피해 여성에게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전화를 걸어 "만날 수 있냐. 나 너 없으면 죽어. 살아야 할 희망이 없다"고 윽박질렀다.
전주지법 형사11부(부장 강동원)는 지난 17일 폭발물사용·특수주거침입·특수재물손괴·협박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8시5분쯤 전주시 덕진구 한 아파트 3층 계단에서 자신이 만든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혐의다.
A씨는 범행 3년 전부터 폭발물 제조 방법을 익혔고, 범행 당시 그가 터트린 폭발물 외에 예비 폭발물 2개가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스토킹은 자폭으로 끝났지만,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도대체 A씨의 스토킹은 얼마나 위험했을까. 20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A씨의 1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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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만남 거부하자 스토킹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피해 여성과 중학교 동창이다. A씨의 스토킹은 2016년 9월부터 지속됐다. 피해 여성이 다니던 대학에 찾아가 만남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게 발단이 됐다.
A씨는 2017년 10월 피해 여성이 연락처를 바꿔 연락이 닿지 않자 불만을 품었다. 그는 이때부터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를 통해 사제 폭발물 제조 방법을 익혔다.
다른 지역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A씨는 지난해 10월 흥신소를 통해 피해 여성의 주소지와 연락처 등을 알아낸 뒤 같은 달 7일 피해 여성이 사는 집 인근으로 이사했다. 이후 피해 여성의 주변을 살피면서 그에게 만남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직접 제조한 사제 폭발물을 터트리기로 마음먹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 16일 피해 여성에게 휴대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나는 너 없으면 죽는다"며 만나자고 협박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A씨가 피해자가 만나주지 않으면 피해자의 신체나 생명에 해악을 가하거나 종전과 같이 지속적인 스토킹을 통해 고통을 가할 듯이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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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 통해 여성 연락처·주소 알아내
A씨는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자신의 집에서 사제 폭발물을 제조했다. 인터넷 쇼핑몰과 편의점 등을 통해 구입한 지름 1㎝ 크기의 쇠구슬과 종이컵, 화학 약품 등을 이용했다. 같은 방식으로 예비용 폭발물 2개를 더 만들어 보관했다.
A씨는 범행 당일 오후 7시30분쯤 사제 폭발물 1개와 예비용 폭발물 2개를 가지고 피해 여성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찾았다. 피해 여성 집 초인종을 눌렀지만 인기척이 없자 오후 8시5분까지 비상 계단에서 피해 여성을 기다리면서 숨어 있었다.
그러다가 피해 여성의 아버지와 마주쳤다. A씨는 그에게 "딸은 어디 있냐"고 물었다. A씨를 발견한 피해 여성 동생이 112에 신고하자 A씨는 비상 계단을 이용해 도망가면서 라이터로 사제 폭발물 심지에 불을 붙여 터트렸다.
당시 폭발로 폭발물 안에 들어 있던 쇠구슬이 튀어나와 아파트 계단실 방화문과 유리창, 엘리베이터가 부서져 218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A씨는 왼손 손가락들이 절단되고 고막이 파열되는 등 신체적 장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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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SOS 팔찌 착용…고통스러운 나날"
조사 결과 피해 여성은 A씨의 스토킹을 피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또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뒤 경찰로부터 받은 SOS 팔찌를 착용하고 다니는 등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검찰은 전했다.
A씨는 범행 당시 자신이 만든 폭발물 3개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 검찰은 "만일 공동 현관문 통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그 중 1개의 폭발물로 공동 현관문을 폭파하려고까지 계획했다"고 했다.
해당 폭발물은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중상해를 가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위력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다른 사람을 향해 폭발물을 투척하지는 않아 피해 여성 가족과 주민은 다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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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앓아…치료 중단 영향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동기와 경위·방법·위험성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자 가족들이 이 사건 범행으로 입은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고, 특히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 가족들은 엄한 처벌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중대성과 피해의 심각성을 깨우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2018년 10월 편집조현병 진단을 받은 뒤 2019년 4월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고, 2019년 10월까지 통원 치료를 받다가 이를 임의로 중단한 적이 있는데 이런 불안정한 정신·심리 상태도 사건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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