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저커버그의 'AR 한우물'..'뇌로 조종하는 기기' 낸다

심서현 2021. 3. 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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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뇌의 지시’로 기기를 조종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헤이 구글, ‘시리야’라고 인공지능(AI) 비서를 부르거나 클릭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이후에는 가상현실(AR)·증강현실(VR) 시대가 온다며 준비한, 마크 저커버그의 7년 투자가 윤곽을 드러냈다.

페이스북 AR 기술 Haptic Bow Arrow



무슨 일이야
지난 17일 페이스북의 연구 조직 리얼리티랩(Facebook Reality Lab, 이하 FRL)이 ‘인사이드랩’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AR·VR 연구 성과와 비전을 공개했다. 핵심은 ‘지능형 클릭’과 ‘맞춤형 AR’이었다.

① 지능형 클릭
인간의 뇌는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신경을 통해 근육에 신호(근전도·EMG)를 보낸다. ‘이렇게 움직여’라는 명령이 척추를 통해 손끝까지 전해진다. FRL이 개발한 기기를 손목에 차면, 기기가 이 신호를 읽어 컴퓨터에 곧바로 전달한다.

· 키보드나 스마트폰을 꺼내 실제로 누를 필요가 없다. 스마트안경 같은 AR 기기가 보여주는 가상 키보드나 버튼을 이용하되, 미세하게 움직이면 된다. 페이스북은 “지능형 클릭은 손의 힘과 각도, 1밀리미터(㎜)의 움직임도 포착한다”고 했다.
· 손가락이 없어도 된다. 뇌가 각 손가락에 보내는 명령 자체를 읽기 때문. 이날 페이스북은 손가락이 2개인 장애인이 이 기술을 이용해 타이핑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신경과 결합해 기기를 우리 신체의 일부로 연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② 개인 맞춤형 AR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평소 습성과 외부 환경을 파악해, 상황에 맞는 선택지를 AR을 통해 제시한다.
· 요리하며 음악을 듣고 싶다면, 스마트폰에서 음악 앱을 열 필요가 없다. 주방으로 향하면 AI가 평소 음악 취향에 맞게 ‘이 음악 틀까요’ 제시하고, 사용자가 ‘응’의 의미로 손가락을 까딱하면 알아듣는다.
· AI는 손목 기기가 읽는 신경 신호를 학습한다. 그 사람의 평소 손짓 유형을 알기에, 미세한 움직임으로도 정확하게 작동한다.


왜 만들었나
인간은 그동안 클릭·드래그·터치 같은 방식으로 컴퓨터와 소통해 왔다. 페이스북은 새로운 소통방식을 제시해, 새 하드웨어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 PC와 ‘마우스 클릭 앤 드래그’로 소통하던 시대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배했다. 이후 모바일 기기와 ‘터치 앤 스와이프’로 소통하던 시대는 구글과 애플이 나눠 가졌다. 페이스북은 그다음 세대의 인간-컴퓨터 소통을 연구해 왔다.
· AR·VR 기기의 핵심은 ‘몰입’이다.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려면, 키보드 타이핑이나 화면 클릭보다 더 간단하게 기기를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페이스북은 “(이 기술은) 컴퓨팅의 최종 단계”라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기기와 상호작용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AR 기술 인텔리전트 Click


언제 현실이 되나
페이스북은 “상용화에는 수년 걸린다”고 했다. 기술적 문제와 대중성, 윤리 문제가 남아 있다.

· 기기에 많은 센서가 달릴수록, 전력을 많이 써서 뜨거워진다. 저커버그는 이달 초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태우면 안 되는 건 분명하지 않나”라며 해결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 저커버그는 “VR 기기 사용자가 1000만 정도 되면 여러 개발자와 창작자가 몰려들 것”이라고 했다. 투자를 계속해 VR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함께 만든 스마트글라스를 올해 내놓는다.

페이스북 커넥트 VR·AR 행사 오큘러스 퀘스트2는 299달러에서 시작한다.


윤리 문제는 뭔가
내 생체정보와 습성을 꿰뚫고 행동을 제안하는 컴퓨터,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 페이스북은 ‘맥락을 읽는 AI’를 강조한다. “개인이 기기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기기가 각 개인에 맞춰 적응하는 방식”이라는 것. AI가 한 인간의 뇌 활동과 행동 양식, 주변 환경을 파악하여 인간이 시시콜콜 지시하기도 전에 미리 ‘지금 OO 할까요?’ 상황에 맞게 권유한다.
· 기기가 인간의 생체 정보를 꿰뚫고, 행동까지 유도하는 셈이다. 더구나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인터넷·SNS 이용 기록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로 개인정보 남용 논란의 정점에 있다. 이를 고려한 듯, 간담회에서 마이크 슈뢰퍼 CTO는 “상상을 뛰어넘는 기술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연구를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에 공론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나 투자했나
페이스북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기업들을 인수하고, 인재를 끌어모았다.

· 2014년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VR 시장 성장은 더뎠지만, 페이스북은 계속 투자해 기기값도 낮췄다. 지난해에는 VR 커뮤니티 서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테스트 출시했다.
· 2019년 생체과학 스타트업 ‘컨트롤랩스’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 창업자인 토마스 리어든이 현재 FRL의 신경 연구를 주도한다. 그는 21세 때 MS에 입사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초기 설계를 이끌었던 유명 개발자다. 리어든은 이날 “10년 전부터 말만 했던 근전도 기술이 이제는 (페이스북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 현재 페이스북의 VRㆍAR 조직 규모는 10000명으로, 페이스북 글로벌 인력의 1/5에 해당한다.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를 넘어 최첨단 기술 회사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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