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장충격 1년..시중에 풀린 돈, GDP 1.6배 '역대최대'

김은별 2021. 3. 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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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명목 GDP 대비 시중통화량 1.6배

역대급 유동성 바탕으로 코스피 지수는 2배

1년만에 유동성 우려→유동성 과잉 걱정

경기회복 신호 나타나는 가운데

유동성, 생산적인 곳으로 흐를지가 관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코로나19 충격에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각국이 제로(0) 수준에 가깝게 앞다퉈 기준금리를 내린지 약 1년이 됐다. 1년 전만 해도 주가가 급락하고 가계와 기업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것을 걱정해 돈을 풀었지만, 이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풀린 유동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약 열흘 전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뒤 열흘만에 금리를 제로(0) 수준인 0.00~0.25%까지 내린 것이다. 한국은행도 Fed가 금리를 내린 직후인 작년 3월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낮췄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가 전세계 단위로 퍼지며 실물·금융 충격이 동시에 왔다는 판단이 컸고,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각국이 돈을 풀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현재 금융시장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 세계적으로 풀린 돈이 자산시장으로만 쏠려있는 가운데,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실물경제 회복은 멀었다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 시장 충격 후 1년간의 흐름을 숫자로 짚어봤다.

시중에 풀린 돈 3000조, 국내총생산(GDP)의 1.6배…역대 최대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통화량(광의통화·M2)은 계절조정계열 평잔 기준으로 3070조8000억원을 기록, 3000조를 돌파했다. 직전해 대비 9.3%나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월별 M2를 봐도 M2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7월의 경우 전년동월비 M2 증가율이 10.0%에 달하기도 했고, 작년 말에도 9.8% 수준으로 높았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통화량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명목GDP는 1924조4529억원으로, 명목GDP 대비 M2 비율은 159.57%에 달해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2012년만 해도 명목 GDP와 비슷한 수준이던 M2 비율(105.03%)은 2004년과 2011년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높아졌다. 다만 최근 들어선 매년 비율이 커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통상 약 3%포인트씩 오르던 명목GDP 대비 M2 비율은 2019년엔 8.03%포인트 늘어난 146.42%, 2020년엔 13.14%포인트 늘어난 159.57%를 기록했다.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나타내는 통화유통속도는 0.62 수준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통해 조달한 돈은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이 금융기관에 묶여있게 되면서 돈이 돌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총저축률은 37.2%로 2017년 3분기(37.7%) 이후 3년여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도 2019년 대비 2020년 M2 증가율이 25%에 육박했다. 미국의 M2 규모는 17조6666억달러(약 1경9288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통화유통속도도 2019년 1.5 수준에서 급락, 지난해엔 1.1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저축률도 16.2%를 기록해 장기평균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코스피 1년만에 1500→3000…돈, 자산시장 쏠림현상

늘어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가는 1년만에 2배가 됐다. 지난해 3월19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만에 8% 넘게 폭락해 10년8개월여만에 최저 수준(1457.64)을 기록했다. 하루 낙폭(133.56포인트)은 역대 최대, 시가총액은 90조원 증발해 1000조 아래로 떨어졌다. 장중에는 1439.43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작년 3월23일엔 또 한 차례 시장이 출렁였다. 20일(1566.15) 반등했던 코스피는 83.69포인트(5.34%) 떨어지며 다시 1400대(1482.46)로 밀려났다.

하지만 전 세계 중앙은행이 통화완화정책을 펼치면서 자산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코스피는 작년 11월23일 처음으로 2600선을 뚫었다. 올해 1월7일에는 3000선을 넘겼고, 같은달 25일에는 3200선(3208.99)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증시는 조정을 받고 있지만 3000선에 올라 있다. 코스닥 지수도 작년 3월19일(428.35)에서 1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도 마찬가지다. 작년 3월20일 1만9173.98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현재 3만2953.46까지 올랐고, S&P 500지수도 같은기간 2304.92에서 3968.94까지 올랐다. 나스닥 지수는 6879.52에서 1만3459.71로 뛰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과 비트코인 등 다른 자산가격도 일제히 급등했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작년 전국 아파트매매가격은 13.46% 올라 2019년 변동률(4.17%)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미국 내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6만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가계는 코로나19 불확실성에 소비를 줄였고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자산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너도나도 자산시장 투자에 뛰어들었다. 기업들도 설비나 연구개발(R&D) 투자보다는 부동산 등에 돈을 묶어두는 경향이 생겼다.

실물경제 회복은 더뎌…자산시장 쏠린 돈 어떻게 돌게 할 것인지가 과제

이처럼 금융시장은 회복됐을 뿐만 아니라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실물경제는 나아지고는 있지만 금융시장에 비해선 느리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고용부문의 회복이 더디다.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98만2000명 감소하며 급격히 위축됐다. 감소폭은 1998년12월(-128만3000명) 이후 22년1개월 만에 가장 컸다. 15세 이상 계절조정 고용률은 58.9%를, 계절조정 실업률은 5.4%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인한 고용 충격이 작년 초보다 오히려 크다고 분석했다.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1월 취업자수는 코로나19 충격이 미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대비 3.7%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처음 크게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의 감소폭(-3.5%)보다 더 큰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의 경우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고용자들을 '휴직' 상태로 일단 돌렸던 반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에는 채용규모 자체를 줄인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 강제로 돈의 흐름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 주도하에 4차 산업혁명 분야로 민간기업이 뛰어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등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달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풍부한 유동성은 ‘양날의 검’과 같아 꼭 필요한 곳에 이르도록 물길을 내고 불필요한 곳으로 넘치지 않게 둑을 쌓는 ‘치수(治水)’가 필요하다"며 "생산적 부문으로 시중자금 유입을 촉진하되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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