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축구'가 등장한 까닭

나주석 2021. 3. 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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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양측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실 국민의당은 안 후보와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과 후보 단일화 과정 등부터 국민의힘과의 후보 단일화 룰의 전쟁을 준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범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시민참여형 경선과 배심원단 등 다양한 형태의 후보 단일화 방식을 거론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여러 방식 등을 제안함으로써 일차적으로 후보 단일화까지 시간을 늦추는 데다, 국민의당 쪽에서 제시했던 경선 방식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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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룰의 전쟁 점입가경
침대축구, 손흥민-케인, 준결승 룰 등 논란
고성 오가며 중단된 실무회담 14일 다시 열기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양측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12일 3차 회의에서는 양측간에 고성이 오가는 갈등을 노출하기도 했다. 양측은 그동안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협상을 축구 경기와 비교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연출했다. ‘룰의 전쟁’으로 불리는 후보 단일화 실무회담이 전략과 치열함을 가장 잘 반영한 탓이다.

침대축구

지난 9일 실무협상단 상견례를 겸한 첫번째 실무협상에서는 ‘침대축구’란 용어가 등장했다. 오세훈 후보를 대신해 협상을 진행하는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앞으로 침대축구란 용어는 쓰지 말라"며 "우리는 토털 축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맞서 안철수 후보를 대리하는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침대축구는 언론이 쓴 거고 저희는 단 한마디도 그런 용어를 쓴 적이 없다"면서도 "세게 발언해야 오늘 나오실 것 같았다"라고 언급했다.

축구 경기에서 한 팀이 유리한 상황일 때 시간을 끌기 위해 상대방 선수와의 작은 몸싸움에도 쓰러져 아픈 척하며 시간을 끄는 것을 두고 침대축구라고 한다. 이 용어가 등장한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오 후보 측이 의도적으로 느릿느릿 협상에 임한다는 관측이 나온 탓이다. 당내 경선 이후 분산된 국민의힘 지지층이 결집한데다, 극적인 당내 경선 승리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등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현상)가 확인된 오 후보로서는 최대한 지지율이 끌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전략일 수 있다.

반대로 쫓기는 입장이 된 안 후보 측은 후보 단일화 협상을 재촉하고 나섰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단어가 침대축구다.

"갑자기 결승전에서 룰을 바꾸자고 하면 그게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실 국민의당은 안 후보와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과 후보 단일화 과정 등부터 국민의힘과의 후보 단일화 룰의 전쟁을 준비했다. 지지율 등이 높지 않은 금 후보의 후보 단일화 방식 등에서도룰 문제에 집착했던 이유는, 이 방식이 향후 국민의힘 방식에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범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시민참여형 경선과 배심원단 등 다양한 형태의 후보 단일화 방식을 거론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여러 방식 등을 제안함으로써 일차적으로 후보 단일화까지 시간을 늦추는 데다, 국민의당 쪽에서 제시했던 경선 방식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유리한 협상의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전술인 셈이다.

이 사무총장은 그동안의 경선 방식대로 후보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며 축구 경기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축구 경기를 할 때 그냥 기존에 방식대로 준결승까지 해 왔는데 갑자기 결승전에서 룰을 바꾸자고 하면 그게 설득력이 있겠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협상 의지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에 있어서 객관적 규칙이 없다 보니 각자 유리한 전략을 제각각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토론회를 더 많이 열어야 한다거나, 여론조사 설문에 어떤 조항을 넣는다거나, 여론조사 대상을 어떻게 결정한다거나 하는 이 모든 것들이 후보들에게 득실로 작용한다.

특히 양측은 여론조사 문항에 민감해했다. 안 후보 측은 어떤 후보가 여권 후보에 비해 더 경쟁력이 있는지를 묻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대권주자였던 안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래로, 안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앞을 달려왔다. 이 때문에 경쟁력이 누가 있는지를 묻는다면 안 후보가 유리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후보 적합도 등을 희망해왔다. 오 후보의 경우에는 제1야당이라는 정치적 배경과 전직 서울시장이라는 경험 등을 갖춰 적합도에서 유리하다. 누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지, 누가 후보로 적합하다고 보는지에 따라 여론 추이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당명을 넣는 것까지 쟁점인 상황이다.

하다못해 토론회를 하더라도 선호하는 토론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손흥민에게는 케인이라는 동료가 있었다"

안 후보는 단일화 관련 이상 기류가 감지됐을 때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와 해리 케인 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흥민 선수에게는 케인이라는 훌륭한 동료가 있고, 손기정 선생에게는 남승룡이라는 고독한 레이스를 함께 한 동지가 있었다"면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그런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두 손을 맞잡으면 누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든지 우리는 함께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는 한 팀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결국 설전 끝에 아무런 합의사항 없이 3차 실무회담을 마쳤다. 그나마 추가 회담이 열림에 따라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오 후보는 13일 케이펫페어 행사 참석한 뒤 "실무협상단은 내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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