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피로증' 코로나 신종 스트레스..외향적 성격 더 힘든 까닭

이민정 2021. 3.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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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데도…집에 가고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 1년.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이 된 직장인 사이에서 오가는 말이다. 업무와 여가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쉼 없이 이어지는 화상회의에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이들이 늘면서다. 해외에서는 ‘줌 피로(Zoom Fatigue)’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화상회의 통신망인 ‘줌(Zoom)’ 이용 후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피로감을 뜻한다.

화상채팅통신망 줌(Zoom)을 이용해 합창연습 하는 단원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제레미 베일런슨 교수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줌 피로'의 원인을 규명한 논문을 미 심리학협회 학술지
「기술, 정신, 행동」

에 게재했다.


동시에 여러 사람과 '눈 마주침', 뇌도 긴장
연구팀은 논문에서 화상회의가 심신을 지치게 하는 4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줌 피로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눈 마주침’이다. 화상회의 때는 참석자 각자가 카메라를 응시하는데, 화면으로 보면 모두가 자신만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화면에서 여러 사람과 동시에 마주 봐야 하는 상황이 뇌에 부담을 줘 피로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5세 아동이 줌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면 크기도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화면에 비친 피사체가 클수록 물리적 거리가 가깝게 느껴져 긴장감이 높아지는 원리다. 연구진은 사람들로 꽉 찬 엘리베이터 안을 사례로 들었다. 좁은 공간에서 낯선 사람과 가깝게 붙어 얼굴과 눈을 마주친 상황이 그것이다.


거울 속 내 얼굴 장시간 보는 기분
화상회의 화면에 상대방의 얼굴과 함께 뜬 자신의 모습 역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계속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효과때문이다.

이는 일상에서 자신을 장시간 들여다볼 일이 흔치 않다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특수한 경험이다. 문제는 얼굴에 과도하게 신경을 기울이게 되면서 비판적으로 보려는 심리가 강해진다는 점이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거울에 비친 자신을 오래도록 관찰할수록 부정적 감정이 극대화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네덜란드의 한 심리학협회가 주최한 우울증 학술 줌 회의에 네덜란드 막시마 왕비가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미용·성형수술 산업이 특수를 맞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화상회의 화면에 뜬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단점이 눈에 들어와 성형수술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베일런슨 교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선 화상회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얼굴을 숨길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제한된 상황에서 상대의 비언어 신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 활동 범위가 촬영 공간으로 제약된다는 점도 줌 피로를 높이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외향 vs 내향…줌 피로 다르다
흥미로운 건 성격에 따라 줌 피로도에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부 자극에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은 외향적, 에너지가 고갈되는 사람은 내향적으로 부른다.

한 남성(왼쪽 위)이 줌 회의에 참석한 듯 위장술을 썼다가 들키는 모습. 이 남성은 책상 앞에 앉아있는 사진을 카메라 앞에 세워뒀다. 하지만 사진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속임수가 들통났다. [트위터 @InvestmentBook1 캡처]

그런데 WSJ에 따르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화상회의에 쉽게 흥미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할 때 비언어 자극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화면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외부 자극은 표정과 손동작이 전부다 보니 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정신과 교수인 로저 맥인타이어는 “비대면 회의는 대면 회의 때보다 즉각적인 비언어적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는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일수록 더 큰 화면, 더 큰 오디오 등 자극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하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월 미 텍사스주 지방법원 화상 재판 모습. 변호사가 줌 필터를 잘못 눌러 오른쪽 아래 칸 '고양이' 모습으로 등장했다. [미국 로이 퍼거슨 판사 트위터 캡처]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화상회의가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회의가 길어질수록 불안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스탠퍼드대 정신과 임상교수인 엘리아스 아부자우드는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부 평가에 민감한 편인데, 화상회의에서는 상대방의 정보가 제한돼 비언어 자극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다고 자각하면 개인 공간이 침범당했다고 생각해 화상회의를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아부자우드 교수는 내향적인 경우 줌 피로를 완화하기 위해 ‘부분 제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화면에 나타나는 타인의 모습을 작게 축소하거나 음성으로만 회의에 참여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또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 순서를 정해 제한된 시간 안에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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