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에 알게 된 감사의 마음.. 그녀의 붓질이 달라졌다

손영옥 2021. 3. 1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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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분노라도 쏟아내듯 '추상 본능'을 표출하던 신민주(52) 작가가 3년 만에 돌아왔다.

붓 대신 스퀴지(평평한 목판에 두꺼운 고무 날을 붙인 것)를 휘두르며 추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전과 같다.

분노를 발산하듯 직진하던 스퀴지는 이리저리 기분 좋게 움직이며 색들을 섞고 리드미컬한 화면을 만들어 낸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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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신민주 '활기'展
‘불확실한 여백 20-77’, 캔버스에 아크릴, 2020년. PKM갤러리 제공


세상을 향한 분노라도 쏟아내듯 ‘추상 본능’을 표출하던 신민주(52) 작가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갤러리에서다. 붓 대신 스퀴지(평평한 목판에 두꺼운 고무 날을 붙인 것)를 휘두르며 추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전과 같다. 하지만 캔버스 표면은 그가 달라졌음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우선 감정의 응어리 같은 검정과 갈색, 그리고 흰색의 무채색 일색이던 캔버스는 빨강, 주황, 파랑, 초록, 노랑 등 원색 계열로 탈바꿈했다. 분노를 발산하듯 직진하던 스퀴지는 이리저리 기분 좋게 움직이며 색들을 섞고 리드미컬한 화면을 만들어 낸다.

작업실에 칩거하던 3년의 공백 기간, 그의 삶이, 삶을 향한 태도가 변한 게 분명하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갱년기가 왔어요. 우울증은 없었지만, 불면증을 겪고, 관절이 나빠지는 등 내 몸이 변하더라고요.”

신체 변화와 함께 자각한 것은 삶의 유한성이었다. 덕분에 오히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잠을 잘 자고 일어난 아침이면 하루가 선물 같았다. 그런 감사함에 붓질에는 활력이 넘쳐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활기’다. 색에 대한 고정관념도 없어졌다. 모든 색을 다 끌어다 쓰고 싶었다는 그는 캔버스 위에 색의 향연을 벌인다. 전에 없던 건 아주 넓은 평붓을 쓰는 일이다. 스퀴지가 단호한 성격을 갖는다면 넓은 붓질은 쓰다듬어 주는 기분을 준다. 작가는 이를 상처를 싸매는 ‘밴드’에 비유했다. “삶은 유한해 최고치의 오늘을 쓰고 싶다”는 작가. 그의 추상이 전파하는 활기에 감염돼 보는 건 어떨까. 20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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