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함부로 말해" "왜 반말" 吳·安 단일화 협상서 들린 고성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협상이 난기류를 만났다. 그동안 두 후보가 직접 두 차례 만나 이른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협상의 큰 줄기를 잡아왔지만 12일 열린 실무자 협상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이견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과 성일종 비상대책위원, 권택기 전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과 정연정 배재대 교수, 이영훈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11시에 국회에서 만나 협상을 시작했다. 회의장에 도시락까지 배달된 끝에 4시간 뒤인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협상이 끝났지만 양측은 “합의된 게 없다. 발표할 게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
협상 도중에는 양측의 고성이 회의장 바깥에까지 들려왔다. 국민의힘 측에서 “어디 함부로 말을 해”라고 말하자 국민의당 측에서 “반말하지 마세요. 왜 반말하십니까”라고 맞받아치거나 이태규 의원이 “(협상 내용을) 왜 못따라오냐”고 하니까 권택기 전 의원이 “협상 파트너에게 그렇게 얘기해도 돼요? 기본 예의가 안 돼 있잖아요”라고 언성을 높이는 식의 말다툼이었다. 의자가 회의장 바닥이나 탁자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가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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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측 “일괄타결”-吳측 “여론조사는 나중에”
양측이 팽팽히 맞선 부분은 ▶토론 횟수와 방식 ▶여론조사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논의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는데, 그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저희(국민의당)는 일괄 타결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단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라며 “그런 차이에서 합의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 측 정양석 사무총장도 “우리가 더 많은 (토론) 횟수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국민의당 측에서) 토론 횟수 늘리는 것과 일괄 타결을 결부시켜서 하자고 했다”며 “우리는 여론조사는 늦게 하니까 천천히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결국 토론 횟수를 늘리자는 국민의힘과 토론 횟수를 늘릴 거면 여론조사 방식까지 한꺼번에 타결하자는 국민의당 입장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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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경쟁력’ 문구 넣는 문제로 양측 갈등 커져
오 후보 측 관계자는 “토론 횟수 등에 관해 거의 합의에 이르렀었다”며 “하지만 도식락 식사 뒤 안 후보 측에서 단일화 여론조사 문항에 ‘경쟁력’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요구하며 토론 문제도 해결이 안 되고 협상이 끝났다”고 말했다. 오 후보 측은 ‘누가 야권 후보로 적합하느냐’는 문구를 선호하는 반면 안 후보 측은 ‘누가 야권 후보로 경쟁력이 있느냐’는 문구를 원하고 있다.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지난 10일 밤 비공개 회동에서 18~19일 후보 등록일 이전에 단일화를 매듭짓고 비전 발표회는 14일에, TV 토론회는 16일 각각 개최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지난 11일 양측은 17~18일 이틀 동안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에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당장 실무협상이 벽에 부딪히면서 예정대로 14일에 비전토론회를 열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해졌다. 다만 양측 모두 행사가 무산됐다는 말은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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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 지지율 상승세 타며 협상 치열해졌다는 분석
순항하던 협상이 난기류를 만난 건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최종 선출된 이후 두 후보의 지지율은 초박빙 양상이다. 특히,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11일 발표한 야권 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서는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오 후보(38.4%)가 안 후보(38.3%)를 0.1%포인트 차이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출마 선언 뒤 오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는 해당 조사가 처음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빙 승부로 흐르는 만큼 협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이날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해 “추세적으로 보면 제가 이제 조금 상승세인 거는 분명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만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로 한 안 후보는 “(김 위원장과 만나) 단일화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시한 내에 맞춰 (끝나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역할을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허진·성지원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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