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받는다'는 마음, 그거 이용 당하는 겁니다
[정무훈 기자]
자본주의에서는 마음의 행복도 상품이다
'마음챙김(명상)은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그런데 마음챙김 명상에 문제가 있다고?'
사회가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증가할수록 개인의 행복과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힐링산업이 점점 번창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선전하거나 현실의 우울함이나 괴로움을 위로하는 책과 콘텐츠가 넘쳐난다.
더구나 멘토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현대인의 고통은 개인이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모든 사람은 물질적 탐욕과 현실적인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의 뿌리인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마음챙김 수련에는 분명 훌륭한 면들이 있다. 정신적인 깊은 숙고는 스트레스 완화뿐 아니라 만성 불안과 그밖에 질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불평등한 사회를 변화시키려 애쓰지 않고, 불평등한 사회에서 성공하는 법을 제안하는 것은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처하지 못하게 한다. 어이없게도 고통의 원인이 우리 삶의 모습에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정치적, 경제적 틀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한다. - 마음챙김의 배신 중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거나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하루 밥벌이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마음이 여유롭기 위해서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명상 마음챙김 |
ⓒ Unplash |
개인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마음챙김을 상품으로 포장해서 팔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불교에서 비롯되었지만, 그들은 다른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심, 그릇된 자아의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해탈의 목적 같은 불교 교리에 수반한 도덕적 가르침은 배재한다. 마음챙김 옹호자들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같은 기업이 어떻게 우리의 관심을 조작해 돈을 버는지 논의하기보다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위기를 찾아내려 한다. 위기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경제에 문제가 아니라 회복력을 갖지 못한 개인의 탓이 된다. - 마음챙김의 배신 중에서
과거의 한국 사회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는 사회였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과 불평등의 심화로 이제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의 사다리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많은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이 신분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노년층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 마음챙김 명상 |
ⓒ Unplash |
홍콩과 미얀마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여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억압하는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것은 개인의 마음의 평화보다 더 시급한 문제이다.
긍정심리학과 더 광범위하게 퍼진 행복 산업처럼, 마음챙김은 스트레스를 탈정치화하고 개인화한다. 우리가 실직을 당해 건강보험 해택을 상실하거나, 아이들이 대학 학자금 대출로 빚을 잔뜩 지는 걸 보게 될 때, 우리의 책임은 더 열심히 마음챙김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반응을 결정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며, 자기돌봄 하면서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가정을 뒷받침한다. - 마음챙김의 배신 중에서
자기연민을 넘어서 타인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개인의 이기적인 행복만을 추구하는 영적 수행을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고 부른다. '당장은 배를 불리지만 오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식탐 같은 영적 수행'이라고 한다. 마음챙김은 도시의 아이들을 타임아웃으로 진정하게 해 주거나, 헤지펀드(투기성 자금) 메니저들을 정신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주거나, 살상용 군용 드론 조종사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다. 상품화된 마음챙김은 도덕적 기준이나 윤리적 책무 없이, 사회적 공익에 대한 비전없이, 시장의 정신에 닻을 내리고 있다. - 마음챙김의 배신 중에서
▲ 마음챙김 명상 |
ⓒ Unplash |
과연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고통들은 모두 개인의 책임인가? 개인의 삶에 고통을 유발하는 문제들은 사회와는 무관한 문제인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각자의 책임이라고 단정하면 사회는 변화가 가능한가?
책을 읽으며 개인은 존재의 기반이 되는 사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음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는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타인과 연대하여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각자 개인의 행복과 성공만을 추구한다면 결국 우리는 타인과 경쟁과 시기심으로 더욱 잔인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 혼자 행복할 것인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마음챙김이 자기연민에서 벗어나 타인에 대한 연민과 힘든 사람들과의 연대로 확장될 때 진정한 평화와 행복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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