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통 붓고 때리던 그 간호사 선배, 교수님 되셨네요"

신은정 2021. 3. 1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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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함께 근무를 서며 자신을 몹시 괴롭힌 선배가 대학 교수가 됐다는 소식에 울분을 토한 한 간호사의 글이 인터넷을 술렁이게 했다.

A씨는 최근 우연한 계기로 B씨가 한 대학교의 간호대학 교수로 부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간호사 커뮤니티에 최초로 자신이 당한 일을 올렸고, 이후 태움 악습 근절을 위해 사연을 공론화해 달라는 간호사 요청에 네이트판에도 글을 올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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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함께 근무를 서며 자신을 몹시 괴롭힌 선배가 대학 교수가 됐다는 소식에 울분을 토한 한 간호사의 글이 인터넷을 술렁이게 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언과 폭행을 상세히 적은 그는 “그 누구에게도 모범이 되거나 가르침을 줄 만한 분이 아니다”며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간호계에 만연한 괴롭힘 악습이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간호사 A씨는 네이트판에 최근 ‘9년 전 저를 태운 당시 7년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 (간호사 태움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태움은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직급 등의 서열에 따라 행해지는 각종 악폐습을 통칭한다. A씨 글에 댓글이 1100개가 넘게 달리며 반응이 뜨겁자, 그는 8일 추가 올린 글을 통해 “(태움을 가했다는 B씨) 정상적으로 출근해 예정된 모든 수업을 진행하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씁쓸하다”고 쓰기도 했다.

A씨는 최근 우연한 계기로 B씨가 한 대학교의 간호대학 교수로 부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간호사 커뮤니티에 최초로 자신이 당한 일을 올렸고, 이후 태움 악습 근절을 위해 사연을 공론화해 달라는 간호사 요청에 네이트판에도 글을 올린다고 했다.

7년이 넘은 일이지만 B씨의 이름을 듣고 가슴이 요동친다고 한 A씨가 당했다고 기록한 일들을 항목별로 요약해 봤다. A씨는 한 대학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B씨와 함께 2012년 6월부터 1년여간 일했다고 했다.

폭언
-자신이 쓰는 립스틱을 보면서 ‘싸구려를 쓰니까 그렇게 못 생긴거야, 나처럼 샤넬을 써야지’라는 식으로 말함.
-근무 중 환자 3명이 연달아 사망한 날 ‘재수없다. 네가 만지면 내 환자 죽는다. 내 환자 죽이지 말고 벽보고 서 있으라’는 식으로 말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벽보고 서 있게 함.
-만성 신부전증 앓는 어머니를 언급하며 “네가 그렇게 재수없는 X이라 네 X미 아픈거야’라는 식으로 말함.
-수개월간 ‘재수없는 X, 저승사자, 환자 잡아먹는 X, 더러운 X’ 식으로 불렀음.
-엑스레이 기계 앞에 보호 장비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아라’는 식으로 말했음.

폭행
-장비 이동 등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명치 등 때림.
-환자 대변 쪽으로 고꾸라지게 밀었음.
-환자에게 뽑은 가래통을 뒤집어씌웠음.
-근무 후 동기들과 식사한 장면을 목격하고 ‘일을 제대로 못하면서 퇴근하자마자 밥을 먹었다’는 식으로 트집 잡으며 무릎 뒤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음.
-쇄골 아래 주먹질하기, 명치 때리기, 겨드랑이 꼬집기, 옆구리 꼬집기, 등짝 팔꿈치로 때리기, 등짝 때리기 등 폭행.

그는 멍투성인 상체를 촬영해 노동조합에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계획 없는 임신으로 보복성 근무를 서다 유산한 간호사도 안 왔는데 네가 왔느냐’는 식의 관계자의 반응에 결국 사직서를 쓰기로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A씨는 대학병원 간호사를 자랑스러워하던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해야 했다며 “출근할 때마다 건너는 병원 앞 오거리 쌩쌩 지나가는 찻길에 몸을 던지면 B씨 얼굴 안 볼 수 있지 않을까 수백 번 수천 번 상상했다. 9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그 선생님이 결국 중환자실에서 오래오래 잘 계시다가 교수님이 되셨다는 소식에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참 허탈하다. 아직도 얻어맞은 기억, 환자에게서 나온 가래통을 제 머리에 쏟으셨던 날 집에서 샤워기 아래에 서서 몇 시간을 울며 머리를 몇 번이나 감았는지 B씨는 모르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태움 재발 방지와 관련한 청원도 공유하면서 “이 글로 어떤 금전적 보상도 원치 않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원할 뿐이다. 이 글이 간호업계의 태움 문화 근절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B씨가 속한 대학은 A씨가 당했다고 주장한 괴롭힘 사례와 관련한 조사를 B씨를 대상으로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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