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그냥 시체처럼" 강력범죄 연상..리얼돌 '극단적 성적 대상화' 우려
지난해 8월 리얼돌 훼손 사진 올라와
"살인하고 증거 없애려고 OO내는 기분 X발"
여성계, '리얼돌 극단적 성적 대상화' 우려
전문가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성기구로 쓰다 시체처럼 버린 것 아닌가요?"
최근 한강에서 리얼돌(사람 신체와 비슷한 모양의 성기구)이 담긴 가방이 발견되면서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리얼돌을 이용하다 버릴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실상 강력 범죄를 연상케 하는 방법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앞서 또 다른 리얼돌은 조각조각 토막이 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파문이 일어난 바 있다.
여성계에서는 일부 남성들이 리얼돌을 이용할 때 성기구로 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리얼돌에 뒤틀린 여성관을 투영해 욕망을 실현하는 등 여성 인격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일 서울 영등포소방서는 "한강에 가방이 떠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장을 찾았으나 발견된 가방 속에는 리얼돌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7시43분 성산대교 남단에서 "물 위에 가방이 떠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람이 멨던 가방일 수 있다는 취지의 신고였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팀은 한강 위에 떠다니던 검은색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에는 리얼돌의 상반신만 들어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가방을 버린 사람을 찾는 등의 추가 조사는 없었다"고 했다. 이어 "(리얼돌은) 소방서로 수거한 뒤 자체 폐기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리얼돌이 버려진 과정이다. 가방에 담기고 한강에 유기한 상황 자체만 놓고 보면 강력 범죄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리얼돌이 강력 범죄를 연상케 하는 수준으로 버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몸통이 분리된 리얼돌이 욕조에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싸구려 리얼돌 사서 처분하려고 하는데, 그대로 버리면 안 된다고 하고 싸구려 리얼돌이라 어디 매입해주는 데도 없어서 목욕탕에서 2시간 동안 OO으로 분리해서 봉투에 넣어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XX 내 인생 다시 없을 경험이네 진짜 살인하고 증거 없애려고 OO내는 기분이었다 X발"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정말 끔찍하다", "그냥 범죄아니냐" 등 불편한 반응을 쏟아냈다.
리얼돌을 이용해 단순 성기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여성을 향한 그릇된 욕망을 해소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여성계에서 드러낸 바 있다. 일종의 성적 대상화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도미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말해보자 리얼돌 집담회, 강간을 진짜처럼 괜찮습니까?`라는 토론회를 통해 "내가 무엇을 해도 받아주는 물체인 리얼돌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이미지로 쓰여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릇으로서의 여성이 재현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리얼돌이 생기면 성폭력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 인형이 필요하다는 것은 성폭력이 성욕 해소라는 논리"라며 "성욕은 강간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역시 리얼돌을 통해 성적 욕구 해소가 아닌 여성을 지배하는 관점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을 보면 윤 교수는 리얼돌에는 남성의 잘못된 여성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여성용 성인용품은 남성 신체의 완벽한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리얼돌을 통한 성적 해소와 관련해서는 "(리얼돌은) 수동적이며 언제든 침해 가능한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 의지"라고 규정했다. 이어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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