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영국왕실의 잔혹극..불쌍한 해리
다이애나 불륜고백 연상케해..왕실은 인격살인 리얼리티쇼 같아
1.
영국 해리왕자와 부인 메건이 오프라윈프리와 인터뷰했습니다.
미국 CBS가 7일 밤 2시간 단독방송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2.
해리의 인터뷰는 1995년 다이애나 왕세자비(해리의 어머니)의 인터뷰를 떠올리게 합니다.
남편 찰스 왕세자가 현재의 부인 파커볼과 내연관계인 사실을 세상이 다 아는 상황에서..다이애나는 ‘왕실의 반대로 이혼도 못하는’가냘픈 왕따였습니다.
다이애나가 왕실을 탈출하기로 작심한 거사가 BBC파노라마 인터뷰였습니다.
3.
당시 영국에서 인터뷰를 보면서 귀를 의심했습니다.
심연처럼 가라앉은 목소리의 다이애나가 천천히 반복해 얘기했습니다. ‘그를 사랑했습니다’라고.
여기서 ‘그’는 남편 찰스가 아니라 자신의 친구인 승마교관이었습니다.
‘사랑’도‘Adore’란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그냥 love가 아니라 ‘love so much’입니다.
4.
왕실을 폭격하는 불륜고백 인터뷰였습니다.
가여운 왕세자비가 맞바람을 피우고, 그걸 BBC 최고인기 시사프로그램 단독인터뷰로 터트린 겁니다.
바로 다음달 여왕이 이혼을 허락했습니다. 당시 해리가 11살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뒤 다이애나는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당시 해리 13살입니다.
5.
다이애나는 왕실에 갇힌 ‘인형’이었습니다.
찰스는 결혼 이전부터 내연관계를 이어갔습니다.
다이애나는 ‘우리 결혼은 너무 복잡했다’고 표현했습니다. ‘2명이 아니라 3명이었기에..’라며 씁쓸히 미소지었습니다.
스트레스는 우울증과 거식증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다이애나는 피골이 상접했고, 눈망울은 크고 깊었으며, 목소리는 낮고 갈라졌습니다.
거의 죽을 각오로 왕실을 공격하고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물론 길지는 않았지만..
6.
어린 해리에게 어머니와의 갑작스런 이별은 충격이었을 겁니다.
오프라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도 다이애나 얘기를 합니다.
‘아버지가 한동안 내 전화를 안받았다. 어머니가 알았다면 화 났을 것이다.’
‘어머니가 남긴 유산으로 살고 있다. 어머니가 이런 일이 닥칠 줄 알았나보다.’
7.
해리가 보기에 아내 메건이 겪어야했던 왕실의 폭압은 어머니를 연상케했을 겁니다.
흑백혼혈인 메건은‘인종차별’을 당해야 했습니다.
영국왕실 직원이 메건의 임신 소식에‘아이의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까..우려했다’고 합니다. 유색이기에 ‘왕족의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사실 이런 얘기는 2018년 결혼할 당시부터 영국내 인종차별주의자와 황색저널리즘에서 자주 언급하던 인신공격입니다.
8.
이런 공격과 비난 때문에 메건은‘자살충동’을 느꼈다고..밝혔습니다.
메건은 ‘그냥 살고싶지 않았다. 해리에게 털어놓지 않았다면 자살했을거다’고 말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왕실측에‘정신과 치료’를 요청했는데 거부당했다는 대목입니다. ‘왕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래서‘정신적으로 고통을 주고,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지않는 왕실’을 떠나 미국에서 살기로 했답니다.
해리는‘비로소 덫(trap)에서 빠져나와 행복하다’고 합니다.
9.
다이애나가 겪었던 영국 왕실의 잔혹드라마가 메건에 그대로 재현된 셈입니다.
일부 영국 타블로이드(황색언론)가 메건을 공격하고 비아냥대는 건 저급한 가십거리에 불과합니다.
주목할 건..영국왕실이 다이애나의 고백인터뷰에 이어 두번째로 치명상을 입었다는 점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이런 치명상이..세계인의 리얼리티쇼라는 ‘왕실 잔혹극’의 재미를 더한다는 사실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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