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할말 있다.. 대학생 VS 대학

2021. 3. 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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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대학생들은 활기가 아닌 한숨으로 신학기를 맞이했다.

그나마 대화를 나눈 한 지방공립대학 관계자는 "14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했다. 여력이 사라진지 오래다. 운영비를 깎고 깎아 개미허리가 됐다. 인건비도 동결을 넘어 깎일 판"이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대학들은 재정의 70~80% 혹은 그 이상을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교육부의 정원감축을 문제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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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와 국민의힘 요즘것들연구소가 지난달 15일 학보사 소속 대학생 기자들과 함께 등록금 등 청년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온라인 화상간담회

질 낮은 수업에 ‘뿔’난 학생들
“비대면인데 왜 전액? 인터넷 강의 싼값 당연”

“노트북을 켜서 웹엑스(Webex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에 접속했다. 30분이 지났지만 교수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조교 도움으로 겨우 입장한 교수님은 출석체크를 위해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라고 말했다. 그리고 접속이 끊겼다. 또 먹통이다.” - 경기도의 A(25).

“토론수업에 토론은 카카오톡 채팅창을 이용했다. 이게 수업인가 싶다.” - 인천의 B(24). “교수가 1학기 녹화강의를 재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 서울의 C(24). “실험이나 실기는 대면인데 일주일에 1번 있는 수업을 위해 자취방을 구할지 기차를 탈지 고민이다.” - 대구의 D(22).

3월 초, 대학생들은 활기가 아닌 한숨으로 신학기를 맞이했다. 3학기째 수업은 화면 너머로, 친구와의 대화는 채팅창으로, 교감은 목소리로 하는 상황이 이어져서다. 답답함은 곧 변함없는 등록금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질 낮은 수업엔 값싼 등록금”을 외쳤다.

외침은 명분도 얻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가계경제의 위축과 낮아진 교육의 질 등이다. 지난해 어렵게 입학했지만 축제나 MT, 동아리활동 등 학교생활을 즐기기는커녕 시설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

일명 ‘코로나 학번’인 20학번으로 입학한 E(22)는 “재수해서 힘들게 들어간 대학인데 이러려고 공부했나 허탈하다. 얼굴도 모르는 21학번 후배들에게 선배노릇도 못한다. 그저 비대면 강의 꿀팁만 전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한탄은 곧 구체적인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적정 인하비율은 등록금의 30% 정도였다. 소급적용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자포자기하는 심정들도 있었다. F(24)는 “이렇게 어영부영 환급을 해주지 않은 채 지나갈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쓰지 못한 시설이용료만이라도 돌려달라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학교들은 ‘동결’로 결론 내렸다. 이에 일부는 내리지 않는 등록금에 모니터만 쳐다보는 대학생활을 할 바에야 휴학이나 군입대를 하겠다는 이들도 늘었다.

김은빈 쿠키뉴스 인턴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돌 맞을 각오’ 한다는 대학
“14년째 묶여 재정 위기… 인하? 동결도 부담”

“(딸깍) ○○대학 입니다.”

“등록금 인하에 대한 학교 입장이 듣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힘들죠. 너무 힘듭니다. 그런데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딸깍. 뚜 뚜 뚜 뚜)”

2021년도 신학기가 시작된 3월 어느 날, 빗발치는 등록금 인하요구에도 대부분 ‘동결’을 결정한 대학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 전화했다. 하지만 대화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끝났다.

그나마 대화를 나눈 한 지방공립대학 관계자는 “14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했다. 여력이 사라진지 오래다. 운영비를 깎고 깎아 개미허리가 됐다. 인건비도 동결을 넘어 깎일 판”이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지방사립대학 한 관계자는 “돌 맞을 각오를 하고 있다. 코로나(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지출은 또 엄청 늘었는데 신입생은 미달사태가 났다. 이 시국에 등록금 올리면 돌 맞겠지만 재정 악화가 순화된 표현이다. 파탄도 넘어선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매 학기 1명에게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의 등록금을 받으면서도 재정이 파탄지경이라는 게 사실일까. 몇몇 서울 유수의 사립대나 서울대 등 일부 국·공립대를 제외한 대학들의 사정은 대동소이하게 매년 ‘역대 최악’을 돌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재정의 70~80% 혹은 그 이상을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교육부의 정원감축을 문제라고 꼽았다. 이명박 정부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반값등록금’ 정책지속도 재정파탄의 이유였다.

교육여건과 시설개선에는 투자를 해야만 하는 교육부의 대학평가로 인한 지출 증가가 코로나 사태로 경영악화를 가속화시켰다고도 한다. 그로 인한 정부지원사업 의존도 향상과 대학교육의 자립도 및 질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까지 만들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 지방국립대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 등 사회적 요구와 정부 압박에 부응해야했지만, 더는 힘들다. 일부 사립대는 등록금을 1% 이상 올리면 포기해야하는 정부지원 국가장학금을 안 받고 등록금 올리겠다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 자구노력으로는 이제 한계”라고 한탄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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