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총장 된 괴짜 이광형의 일성 "학생들 공부 줄여라"
이른바 ‘괴짜 교수’로 유명한 이광형(67) 제17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취임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취임식 자리에서 신임 총장으로서 비전을 직접 프레젠테이션해 ‘괴짜 총장’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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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교수에서 ‘괴짜 총장’으로
KAIST는 8일 대전 본원에서 이광형 총장 취임식을 열었다. 이 총장은 취임사에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 세계는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KAIST는 향후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언급하면서 “미래 50년을 위한 ‘KAIST 신(新)문화’ 조성을 위해 역량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이어 어떻게 KAIST의 신문화를 만들지, 대학을 어떻게 바꿀지 등을 발표했다. 그는 “KAIST의 문제는 너무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것”이라며 “전공 공부할 시간을 10% 줄이고, 그 시간에 인성과 리더십을 배우자”고 제안했다. 과학·예술을 융합한 미술관을 설립하고, 실패연구소를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무엇보다 기술 사업화를 통해 대학의 글로벌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연구소 한 곳당 한 개의 벤처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부작용이 날 정도로 사업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교육 혁신을 통해 ‘질문하는 인재’를 키우고, 연구 혁신을 통해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며 국제화 혁신을 통해 글로벌 캠퍼스를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기부금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장은 “하루 1억원꼴로 기부금을 유치하겠다. 오늘도 많이 벌었을 거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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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날 정도로 창업 지원”
신성철 전 KAIST 총장은 축사를 통해 “KAIST의 리더는 지성도 중요하지만 1만5000여 명의 구성원과 소통·배려하는 감성 리더십도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이 총장은 감성을 겸비한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KAIST에 500여 억원을 기부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이사장은 “축사 몇 마디보다 이 총장을 강하게 껴안고 싶다”며 한참을 부둥켜안았다.
이 총장의 제자인 김정주 넥슨 대표는 “이 총장 부부 덕분에 KAIST에서 ‘어머니 같은 따뜻함’을 느낀다”며 “무엇 하나 제대로 못 하던 저를 두 분께서 아낌없이 믿고 지원해주셨다”고 말하면서 서너 차례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석사과정 때 연구실에 쫓겨났으나 이 총장 덕분에 대학원을 마칠 수 있었다. 다만 박사과정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이원욱 국회의원, 짐 데이토 미국 하와이대 교수 등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창업자 등 제자 수십여 명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 총장은 프랑스 응용과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5년 KAIST 전산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교수 시절 ‘나의 컴퓨터를 해킹하라’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를 창조하라’는 등 독특한 시험문제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SBS TV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괴짜 교수’로 불렸던 박기훈(안정훈 분) 교수의 실존 모델이다. 임기는 이날부터 4년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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