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에 들뜬 분당, 한솔5단지 석달새 4억 급등

강승태 2021. 3. 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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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한솔마을5단지 전용 74㎡는 12억원에 매물이 나왔습니다. 2월 말 리모델링 사업 계획 승인이 난 후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려 부르는 추세입니다. 지금은 저층도 13억원에 나온 매물이 있습니다.” (성남시 정자동 A공인중개소 대표)

지난 2월 말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가 리모델링 사업 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91년부터 본격 입주한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이제 준공 30년을 넘은 단지가 등장했다. 한솔마을5단지는 1기 신도시 아파트 중 리모델링 사업 계획을 승인받은 첫 번째 사례다. 이 단지는 이르면 올해 말 주민 이주와 함께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로 결정됐다.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한솔마을5단지가 최근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받아 화제를 모은다. <최영재 기자>

▶한솔마을5단지는 어디?

▷1994년 준공한 정자역 역세권

신분당선과 분당선이 만나는 정자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 탄천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정자동 아파트 단지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대부분 1990년대 초반에 지어 이제는 낡은 모습이다.

한솔고를 지나니 한솔마을6단지와 5단지가 나온다. 한솔마을5단지에는 ‘1기 신도시 중 리모델링 최초’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 단지는 전국적으로 1000가구 이상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처음으로 사업 승인을 받았다.

한솔마을5단지가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날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호갱노노에서는 이 단지가 ‘사용자들이 많이 본 아파트’ 1위에 올랐다. ‘사용자들이 많이 본 지역’으로 살펴봐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이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사람들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2014년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된 이 단지는 2015년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중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비교적 사업 추진이 빠른 단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답보 상태에 빠졌다. 5년 넘게 리모델링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직증축 방식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이 사실상 멈췄다. 결국 수직증축에서 수평증축 방식으로 선회해 사업 승인을 받았다.

사업 승인 계획에 따르면 한솔마을5단지는 기존 12개동에서 16개동으로 늘어나고 지하주차장은 3층까지 새로 만들어진다. 주차 대수는 529대에서 1834대로 늘어난다. 커뮤니티 시설도 확충한다. 주민운동시설은 물론, 도서관, 카페, 키즈짐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사업 예정 기간은 올해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년간. 일반분양 가구는 115가구로 현재 1156가구에 더해 총 1271가구가 된다.

리모델링 추진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 때문일까. 정자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을 팔 의사가 있던 집주인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한다.

한솔마을5단지 시세 상승 곡선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2년 전인 2019년 상반기 이 단지 전용 74㎡는 6억원 초중반에 거래됐다. 그해 하반기 처음으로 8억원에 거래된 이후에는 8억~9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지난해 말부터 지지부진했던 리모델링을 다시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한 번도 10억원을 돌파한 적 없던 이 단지 전용 74㎡는 지난해 12월 11억원에 실거래됐다. 올해 1월에는 12억2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솔마을5단지 가장 큰 장점은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정자역이 인접한 역세권 단지라는 점이다. 한솔초와 인접할 뿐 아니라, 불정초·정자중·한솔고 등을 비롯해 20여개 학교가 단지에 밀집해 있어 교육환경이 우수하다. 또 탄천·정자공원·분당중앙공원·불곡산 등도 가까이 있어 자연환경이 좋다.

한솔마을5단지는 다른 분당 아파트와 비교해 용적률(170%)과 건폐율(11%)이 낮다. 리모델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관건은 조합원 분담금이다. 인근 부동산 업계는 가구별로 약 5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가량 분담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리모델링 속도 내는 1기 신도시

▷한솔마을5단지 시작으로 줄줄이 대기

경기도 성남에는 한솔마을5단지 외에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가 여럿 있다.

정자동에 위치한 느티마을3단지(770가구)와 느티마을4단지(1006가구) 등도 대표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다. 인근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564가구)나 야탑3동 매화마을1단지(562가구) 역시 리모델링 단지로 관심을 받는다.

우선 느티마을3단지는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 승인 소식과 함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정자역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오히려 한솔마을5단지보다 역이 더 가깝다. 단지 옆으로는 탄천이 흐르며 단지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위치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느티마을3단지 전용 67㎡는 지난해 9월 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12억원을 돌파했으며 이후에도 12억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13억원에 형성됐다.

느티마을3단지와 인접한 느티마을4단지 역시 같은 면적 물건이 12억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최근 나와 있는 매물은 12억5000만~13억원.

느티마을3·4단지는 당초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2차 안전성 검토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결국 이들 단지도 한솔마을5단지처럼 수평증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무지개마을4단지는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3월 중으로 리모델링 사업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매화마을1단지는 이르면 4월 중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신청해 하반기 중 사업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 열풍이 불고 있는 1기 신도시는 분당만이 아니다. 평촌 등 다른 신도시도 단지별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이 늘고 있다. 평촌에서는 목련2·3단지가 각각 지난해 8월과 10월 리모델링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리모델링 업계는 그동안 답보 상태에 빠졌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이 한솔마을5단지를 계기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한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비교하면 비교적 규제가 약한 편이다. 특히 2·4 대책 이후 주택 매수자 역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 재건축을 진행할 시 강제로 ‘현금 청산’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집을 살 때는 정비구역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공공주도 정비사업 지역이 되면 아파트 분양을 받지 못하고 시세보다 싼값에 쫓겨날 수 있다는 의미다. 리모델링은 이 같은 현금 청산으로부터 자유롭다.

다만 낮은 사업성은 한계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일반분양이 많지 않다. 조합원이 일반분양으로부터 얻는 이익이 거의 없다 보니 각자가 분담금을 내고 집을 고쳐 쓰는 개념에 가깝다. 또 내력벽을 유지한 채 면적을 늘리기 때문에 평면이 가구마다 다르고 실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이 재건축 사업에 비해 장점이 많지는 않지만 재건축으로 규제가 집중된 탓에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고 있다”며 “여전히 수직증축이나 내력벽 철거 등 이슈가 남아 있는 만큼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9호 (2021.03.10~2021.03.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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