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 본 바이든.."한미 분담금 협상, 의미있는 증액"

김상진 2021. 3. 8. 16: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분담금 인상률 예상
"13%는 미 대표단이 내놓은 사실상 중재안"
"韓이 내놓을 수 있는 한도 이미 밝힌 상황"
한·미가 지난해 결렬됐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7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평택시의 주한미군 최대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의 모습. [연합뉴스]

한ㆍ미 간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8일 타결됐다. 미 국무부는 협상 내용에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협정안은 한국으로부터의 의미 있는 증액(meaningful increase)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양국이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외교가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덕을 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엄청난 증액을 요구해 협상 고지를 선점한 덕분에 후임인 바이든 행정부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 협상 타결을 봤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동맹'이 아닌 적이 많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그때도 미국 측 협상단은 '나는 권한이 없다'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아 벽을 대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 차례의 화상 회의와 이번 한 차례의 대면 회의만으로 속전속결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이를 놓고 "바이든 행정부는 협상을 오래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역설적으로 동맹을 비판했던 트럼프의 압박 효과를 동맹을 챙기겠다는 바이든이 누리는 셈"이라고 짚었다.

앞서 지난해 3월 양국은 2020년 분담금을 전년(1조389억원)에서 13%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억 달러(5조 6000여억원)라는 엄청난 액수를 요구하며 무산됐다. 이번엔 다시 당시의 잠정 합의와 유사한 수준에서 타결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이 공식적으로 두 자릿수 인상률 합의를 발표한다면 이는 2005년 이후 처음이 된다. 비교적 많이 올렸던 직전 SMA(2019년 2월 타결) 때 합의한 인상률은 8.2%(1조389억원)였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합의 때의 인상률 1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지자 한국 측이 내놓은 사실상의 최고치였다. 미 대표단은 트럼프의 자세가 너무나 강경하자 한국에 어느 정도 양보를 요구했고, 그렇게 찾은 접점이 13%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대표단으로부터 보고받은 이 숫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50억 달러를 고수해 협상이 결렬됐다.

그래서 정부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물려준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재개하는 바람에 인상률을 낮출 여지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한국 측이 이미 내놓을 수 있는 한도를 밝힌 상황이어서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인상률을 '밀당'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트럼프 때 협상하던 미국 대표(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그대로라는 점도 한국 측 협상력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 역할 분담 논의"

바이든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과 별도로 한국에 추가 요구사항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협의의 분담금'에 골몰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광의의 분담금' 형태로 한국에 동북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안보 역할 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광의의 분담금에 소극적일 경우 주한미군의 규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유언 그레이엄 선임연구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분석 자료에서 "이번 SMA를 마치고 내년 한국 대선 이후에 상호 비용 편익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려는 반면, 한국은 더 큰 자율성(전작권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ㆍ미 양국이) 광범위한 관점에서 지역 안보를 맡는 지속가능한 역할 분담에 동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는 물론 지역 내 한국의 안보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1일 한·미·일·호주 등 4개국이 괌 인근 해상에서 미국 주관 해군연합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미 7함대사령부]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이번 SMA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쿼드(Quad, 대중국 압박을 위한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간 집단안보협의체) 참여를 논의했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다만 바이든이 수시로 동맹을 강조하고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알아서 잘하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