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독립'도 못하고 4차 산업혁명?

임상균 2021. 3. 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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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한국에서 태평양을 향해 발사체를 쏘려면 일본 영공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사전 허락 없이 남의 나라 영공을 지나가는 무기를 발사한다면 분명한 도발이다. 하지만 대기권이 아닌 우주를 경유해 지나간다면 괜찮은가? 가능하다면 어느 높이 이상으로 지나가야 우주라고 볼 수 있는가?

국가 영역의 범위는 영토·영해 등 수평적으로는 규칙이 정해져 있지만 수직으로는 국제적 합의가 아직 없다. 통상 지상 100㎞ 이상을 우주로 보지만 과학적 개념일 뿐 국제법적으로는 논란이 많다.

인류의 우주 개발 역사가 시작된 지 79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주의 시작점에 대한 합의조차 없다. 그만큼 우주는 미완의 세계이고, 선점하는 자가 많은 것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부가 최근 6150억원을 투입하는 우주 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차세대중형위성 1호 발사, 공공복합통신위성 천리안 3호 개발, 우주 환경 관측 나노위성 발사 등 거창한 프로그램들이 포함됐다.

사실 한국의 우주과학 기술개발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미국은 화성탐사 차량만 5번째 발사했지만 우리는 발사체를 독자 기술로 성공한 경험조차 아직 없다. 하지만 우주 기술은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 깊숙이 들어온 데다 미래 신산업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GPS’라고 불리는 위성항법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은 GPS를 통해 받는 정보로 가동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1200여대 드론은 GPS가 보내온 좌표 덕분에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드론 등 미래형 모빌리티는 더욱 정밀한 GPS 기술과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은 도로만 보여줘도 충분하지만 앞으로 무인 자동차가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수 ㎝의 오차 범위 내에서 차선과 차량통행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우주 기술이 이제는 뜬구름이 아니라 코앞에 닥친 국가 경쟁력 핵심 요소가 됐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가장 먼저 GPS 기술을 확보한 미국에 대항해 러시아, 유럽연합 등은 진작에 독자 시스템을 마련했다. 중국도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베이더우’라는 명칭의 위성항법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 역시 2010년부터 ‘미치비키’라는 이름의 자체 GPS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이미 5개 위성이 확보됐고, 2023년까지 2개를 추가하면 북한부터 호주에 이르는 아태지역 거대 GPS망이 확보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독자적인 GPS 위성이 없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 정보를 받고 있다. 타국에 앞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해봐야 소용이 없다. 미국이 GPS 정보 제공을 끊거나 사고나 고장으로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경우 무용지물이 된다.

최근에서야 한국형 GPS 사업 계획이 마련됐지만 아직 예산 확보도 안 돼 있다.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한 차례 탈락한 후에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2035년까지 독자 GPS위성을 확보한다는 목표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우리 공군에 해당하는 ‘항공자위대’ 명칭을 ‘항공우주자위대’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우주 기술은 이제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됐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9호 (2021.03.10~2021.03.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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