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앞에 선 韓 경제 '돈'보다 먼저 풀어야 할 것

2021. 3.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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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기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신속하게 접종이 이뤄져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전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풀었다. 백신 보급을 통해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이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돈’ 풀기 대책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사막에서 당장 목말라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물 몇 모금은 생명수다. 그러나 끝없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몇 모금의 물이 아닌 오아시스가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책반장 역할을 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지금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은 ‘규제 완화’밖에 없는 외통수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 길은 기업 부활뿐이고 기업이 살게 하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 혁신 토론회에서 ‘규제 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2월 초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 보고회’에서 신산업 규제 혁신의 패러다임을 ‘선 허용, 후 규제’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로 규제 샌드박스를 소개하면서 “지난 2년간 총 410건 과제가 승인됐고, 1조4000억원 이상 투자 유치와 2800여명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는 법 개정을 통해 제도가 내실화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17일 당 규제혁신추진단 회의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5법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5법(정보통신융합법·산업융합촉진법·금융혁신법·지역특구법·행정규제기본법) 중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단 하나도 없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개원한 9개월여 동안 발의된 규제 법안은 1041건이다. 하루 평균 3.8건으로 19대(1.9건), 20대(2.7건) 국회보다 월등히 많다.

규제 개혁은 역대 모든 정부가 내세웠던 과제다. 성과는 미미했다. 1998년 규제개혁법을 만들면서 규제영향분석제를 도입한 지 23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도 입증 책임을 민간에 귀속시키는 1998년식 규제 개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든 규제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분명 필요한 규제도 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규제는 없어져야 한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돈’보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과 같이 ‘규제’를 푸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9호 (2021.03.10~2021.03.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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