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K리그판 맨시티? 지배하고 결과 내는 '홍명보호 울산'

한준 기자 2021. 3. 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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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두 번째 K리그 우승 이후 준우승만 네 차례 기록한 울산 현대가 2021시즌에는 우승을 위한 모든 퍼즐 조각을 맞춘 분위기다.

2021시즌 K리그1 개막 후 겨우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전력 구성과 경기 내용, 기록적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올 시즌 울산은 K리그의 맨체스터 시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두 경기에서 조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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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05년 두 번째 K리그 우승 이후 준우승만 네 차례 기록한 울산 현대가 2021시즌에는 우승을 위한 모든 퍼즐 조각을 맞춘 분위기다. 2021시즌 K리그1 개막 후 겨우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전력 구성과 경기 내용, 기록적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울산은 강원FC와 3월 1일 개막전에서 5-0 대승을 거둔 것에 이어 광주FC와 3월 6일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두 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다. 광주를 상대로 1-0 신승을 거둔 것이 아쉬운 결과로 보일 수 있지만 69%의 볼 점유율을 기록하며 13개의 슈팅, 6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며 경기를 압도했다.


▲ 확고한 척추, 허를 찌른 신예


광주도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따라붙을 수 있는 득점 기회가 있었으나, 울산 역시 이동준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때리 장면이나 윤보상의 선방으로 추가 득점이 아슬아슬하게 무산된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홍명보 울산 감독이 이날 전격 선발 기용한 유스 출신 신예 김민준(21)이 전반 37분 선제골을 넣은 것은 물론, 후반 11분 이청용과 교체되기 전까지 매우 안정적으로 경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홍명보 감독은 강원과 개막전에는 어린 미드필더 강윤구(18)를 깜짝 선발 출전시켰다.


울산은 후반전에 주장 이청용을 시작으로 김인성, 힌터제어, 강윤규, 신형민을 차례로 넣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홍철 대신 지난 해 데뷔한 설영우가 레프트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더블 스쿼드 스타 군단인 것은 물론, 신예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고 있고, 이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며 내부 경쟁력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대한민국 연령별 대표팀 및 국가 대표팀을 지휘하던 시절 4-2-3-1 포메이션을 중심으로 플랜A를 구성했던 홍명보 감독은 서말이나 되는 구슬을 갖춘 울산에서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강원에서 영입한 스트라이커 김지현을 중심 축으로 우측에 발빠른 이동준을 두고 플레이메이커로 윤빛가람, 볼란치로 원두재를 전술 핵심으로 삼고 있다.


김지현은 득점하지 못했으나 공격 전술의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9번 역할 충실한 김지현+현 시점 최고 라이트윙 이동준


김지현은 두 경기 모두 아쉬운 결정력을 보였으나 공이 없을 때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 미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울산의 풍부한 2선 선수들이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병수볼'의 핵심으로 공격 전 지역을 커버했던 K리그1 영플레이어 수상자 출신 김지현은 홍명보 감독이 주문한 9번 임무를 잘 수행해 공격 포인트 이상의 가치를 발하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이동준은 빠른 스피드 뿐 아니라 좁은 공간을 빠져나오는 능력과 마무리 패스 및 문전 결정력을 두루 구사하며 물 오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과 개막전 당시 득점은 1골이었으나 가장 역동적인 선수였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 국적 선수 중 가장 뛰어난 라이트윙이라고 평가해도 과하지 않다. 지난해 포르투갈 클럽과 연결되었던 이동준은 지금 당장 유럽으로 건너가도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전 전반전 울산 평균 위치. 비프로일레븐 제공

강원전 왼쪽 공격수로 뛴 김인성은 문전 침투와 마무리, 광주전에 깜짝 선발 출전한 김민준은 연계 능력에서 강점을 보였다. 여기에 윤빛가람의 창조적인 패스 능력과 예리한 슈팅 능력이 울산 축구의 수준을 더 높여주고 있다. 상대 수비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지체없이 달려드는 선수들을 향해 적시의 패스를 뿌리는 윤빛가람의 존재는 울산 축구를 현재 K리그에서 가장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여기에 강원전에 교체 출전, 광주전에 선발 출전한 이동경의 창조성이 보태지면서 지금 울산은 효율이나 실리가 아닌 지배와 점유, 창조로 대표되는 축구 순수주의자들의 찬사를 받을만한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정통 윙백 홍철의 부상 공백을 대체하고 있는 설영우는 측면 미드필더 내지 인사이드 미드필더에 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두 센터백을 보호하는 원두재는 '울산 부스케츠'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기점 플레이를 구사한다.


포르투갈 진출설이 있었던 이동준과 이동경은 유럽 수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윤빛가람+이동경+원두재 지배력에 불투이스+김기희+조현우 철벽


여기에 세트피스 상황에 강한데다 1차 패스 전개에도 능한 불투이스와 김기희가 선방 능력은 '월드 클래스'로 평가 받는 조현우와 수비진을 구성하면서 울산은 전 포지션에 걸쳐 빈틈없는 전력을 구축했다. 발빠른 라이트백 김태환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울산의 진용은 막강하다.


여기에 독일 2.분데스리가 클럽 보훔에서 함께 호흡했던 이청용과 오스트리아 대포 공격수 힌터제어, 아직 몸을 만들고 있는 영입생 조지아 국가 대표 미드필더 바코 등이 자리를 잡으면 울산은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1를 동시 석권할 수 있는 두께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선수단에 투자한 울산은 서말이나 되는 구슬을 꿰지 못하고 선수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 축구를 했다. 실리 축구를 명분 삼아 소극적인 전술 운영도 지적 받았다. 2021시즌 울산은 티그레스와 2020 FIFA 클럽 월드컵 경기에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도 대등한 플레이 속에 석패했다. 마침내 개막한 2021시즌 K리그1에선 12개 팀 중 단연 한 단계 위에 있는 플레이 밀도를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울산은 K리그의 맨체스터 시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두 경기에서 조금 보여줬다. 특히 K리그에서 가장 밀도 높은 빌드업을 구사하다는 김병수 감독의 강원을 상대로 점유율(55.7%-44.3%), 패스 횟수(550회-399회), 패스 성공률(87%-80%)에서 모두 앞섰다. 강원 수비수 임채민이 퇴장당하기도 했지만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강원 후방 빌드업을 무력화하면서 전술적으로 유도한 결과다.


치밀하게 결과를 끌어내기 보다 화끈하게 경기를 지배해 결과를 내는 축구다. 국내 언론은 홍명보 감독의 성을 붙여 울산의 새 축구를 '홍염 축구'로 표현했다. 16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위해 울산은 제대로 불이 붙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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