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허풍 심한 책, 신랄한 비판에 대해 고민 중"

김현길 2021. 3. 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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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창간호 낸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장 홍성욱 교수 인터뷰
홍성욱 서울대 교수가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자택에서 지난해 말 나온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호 ‘0호’를 펼쳐 보이고 있다. 편집장인 홍 교수는 5일 창간한 ‘서울리뷰오브북스’가 “한국 독서계, 지성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전문 서평지로 불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하남=윤성호 기자


‘좋은 서평지’에 대한 갈증 해소를 표방한 ‘서울리뷰오브북스’가 5일 창간호를 출간했다. 편집장인 서울대 홍성욱 교수를 포함해 각 분야 교수 13명으로 편집위원을 구성한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지난해 출간 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전 후원자를 모은 텀블벅 모금은 당초 목표 금액(300만원)의 1000%에 달했다. 제대로 된 서평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었다. 본격적인 창간에 앞서 지난해 말 특집호 성격의 ‘0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호 출간을 앞두고 잡지의 편집장인 홍 교수를 지난 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먼저 창간호보다 두 달여 앞서 독자를 만난 ‘0호’에 대한 반응부터 물었다. 전체적으로 ‘이런 잡지가 나와 반갑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과장된 책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보고 싶었는데 그런 게 없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홍 교수는 “책을 고를 때 서로 의견을 개진해 최종 선정을 하는데 소개해주고 싶은, 좋은 책 위주로 선정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런 부분이 부족한 건 맞는 거 같다”고 인정했다.

‘따끔한 지적’에 따라 형식 변화 등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토론 꼭지를 만들거나 논쟁적인 서평에 대해선 저자의 반론을 미리 기획해 같이 싣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과장과 허풍이 심한 책에 대해서 비판의 칼을 들이댈 것”이란 처음의 다짐이 옅어진 건 아니다. 홍 교수는 “저도 제 동료나 선배 학자들 책에 대한 비판적인 서평을 많이 썼고, 제 책에 대한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며 “비판적 서평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반론 기회를 줘서 서로 적극적으로 논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 위주로 짜인 필진을 다양화하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 학술서만이 아니라 대중서까지 폭넓게 다루는 상황에서 필진의 폭을 넓히고, 독자와의 접점도 넓히려고 구상중이다. 대중서를 출간하거나 칼럼 등을 통해 전달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이들을 편집위원으로 골랐지만, 자칫 현학적으로 비칠 수 있는 것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고 있다. “0호를 낼 때도 일반 독자로 상정한 분들을 모셔서 초고를 읽고 걸리는 부분이 있는지 의견을 달라고 했고, 저희 편집위원들끼리도 내부적으로 띄어쓰기에 대한 것까지 의견을 주고받은 후 고쳐 쓰는 과정을 밟고 있어요.”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서평지인 만큼 먼저 좋은 책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매주 신간을 소개하는 신문사의 속도, 일반 독자의 접근이 쉽지 않은 학술지와 차별화해 좋은 책을 발굴하려 한다. 외국에선 높이 평가받지만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을 싣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잡지를 만들 때 모델로 떠올린 ‘뉴욕리뷰오브북스’ ‘런던리뷰오브북스’처럼 서평을 통해 지성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됐으면 한다.


나아가 갈수록 소통되지 않고, 파편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책을 매개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다. 홍 교수는 “서평을 쓰지만 서평의 형식을 빌려서 우리 사회가 꼭 생각해보고 곱씹어봐야 할 이슈를 다시 제기하고, 방향성을 던져보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잡지에 나오는 이야기는 편견이 없다는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독서계, 지성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전문 서평지”로 불렸으면 한다는 홍 교수의 바람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

첫 걸음을 뗀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이후 고민은 지속 가능성 여부다. 서평지를 내자고 했을 때 출판사들이 ‘시장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는데, 잡지를 내니 현실의 고민들이 더 크게 와닿는다는 게 홍 교수의 말이다. 홍 교수는 “초반에 세간의 관심을 센세이셔널하게 끈 후 사라지는 잡지가 아니라 10년 이상 발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독자를 좀 더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계간지인 잡지를 더욱 자주 발행하는 것도 목표로 세워 놓고 있다. 그는 “편집위원들이 아직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내년에 격월간으로 출간하고, 내 후년엔 월간으로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필진과 편집부 인원 등 인력이 더 확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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