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을 하루아침에 민정수석으로..文 '독립성 무시' 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 새 민정수석으로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위원의 청와대 직행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급했다지만, 어제까지 감사위원이던 사람을 민정수석으로 바로 데려오는 건 모양새가 안 좋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2조에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을 정도로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감사위원은 정치운동에 관여하거나 공무원 겸직이 금지되는 등(감사원법 9, 10조) 중립성이 더욱 더 요구되는 자리다.
그런데 감사위원이 피감 기관이기도 한 대통령비서실로 하루만에 자리를 옮긴 것이다. 김 수석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 지원 업무의 중추를 맡았던 경력 때문에 2017년 감사위원 임명 때도 이미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심지어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의 인사 발표 당일인 지난 4일 감사위원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탈원전 정책 결정의 토대가 된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 수립이 “위법하거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이런 결론의 감사보고서를 의결할 때 이미 그는 신임 민정수석으로 내정된 상태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정부 기관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 사례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2019년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직행때도 그랬다. 법무부는 독립 기관은 아니지만, 법무장관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를 법무장관에 바로 임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명박 정부 때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직행하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규탄 결의문까지 내고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선거 중립을 내팽겨치고 여당에 유리하게 판을 짜겠다는 불순한 의도”(김진표 당시 최고위원)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 역시 총선 8개월 앞두고 조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전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을 때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권익위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감시다. 권력과 거리를 두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최측근이었던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을 권익위원장에 임명하자, 당시 민주당이 “이명박 권익위원회로 전락했다”고 비판한 것도 그런 권익위의 위상때문이었다.
그런데 전 위원장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다. 그는 2018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 당시 “문 대통령과 호흡이 가장 잘 맞는 후보”, “나는 행동하는 친문”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가깝다고 자랑해온 정치인에게 문 대통령은 공직사회 감시 역할을 맡겼다.
이밖에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총리에 임명했을 때도 야당에선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 하겠다는 독재 선언을 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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