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서 '연락두절'?..전자상거래 분쟁시 신원 공개한다

김기환 2021. 3. 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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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앞으로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하다 피해를 입었을 때 입점업체 뿐 아니라 플랫폼도 함께 배상해야 한다. ‘중고나라’ ‘당근마켓’에서 거래하다 분쟁이 발생하면 중개업체가 판매자 신원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방향으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전자상거래법)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법을 제정한 지 19년이 지난 동안 확 달라진 인터넷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소비자 피해를 막는데 초점을 뒀지만, 온라인 사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7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개정안을 통해 중고거래시 연락 두절로 손해를 보거나 일명 ‘검색광고’에 속아 제품을 구매하는 등 최근 온라인 거래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지는 책임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존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중개사업자라는 것만 알리면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개정안에선 플랫폼이 결제ㆍ대금 수령ㆍ환불 등의 업무를 하며 고의ㆍ과실로 소비자에 손해를 끼칠 경우 입점업체와 배상 책임을 함께 지도록 했다.


'어물쩡 광고' 안 된다
광고 여부를 분명히 표시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광고 제품을 순수한 검색 결과로 오인해 물건을 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호ㆍ연령ㆍ소비습관 등을 반영한 광고를 인기상품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맞춤형 광고’란 사실도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맞춤형 광고를 원하지 않으면 일반 광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검색ㆍ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도 표기해야 한다.

공정위는 네이버ㆍ카카오 등 포털과 쿠팡ㆍ11번가 등 오픈마켓, 배달의민족ㆍ야놀자 등 배달ㆍ숙박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쇼핑몰 등 96만개 이상 업체가 개정법을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ㆍ알리바바 같은 해외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주소ㆍ영업소가 없을 경우 한국 대리인을 지정하고, 분쟁해결 등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시행 시기는 법 공포 후 1년 이후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플랫폼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졌지만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플랫폼도 책임을 지게 하면서 소비자 피해구제가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쟁 있으니 개인정보 내라?
좋은 취지지만 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 간 거래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중개업체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개정안대로라면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개인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문제를 제기한 쪽에 상대방의 이름ㆍ주소ㆍ전화번호를 제공해야 한다. 의도적인 사기 판매자라면 당초 허위 신원 정보를 등록했을 가능성이 있어 피해 구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ㆍ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실명ㆍ주소ㆍ전화번호를 거래 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라며 “분쟁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는 법”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개인에게 분쟁 해소책임을 떠넘기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부추긴다”며 “개인 간 분쟁 해소는 법 테두리 안에서 플랫폼과 제3의 분쟁 해소 기관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책임 강화가 수수료 인상 등 입점업체로의 비용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막는 ‘온라인 플랫폼공정화법’이 있어 플랫폼이 자신의 고의ㆍ과실로 피해가 생겼는데도 입점업체 수수료를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중 이해관계자, 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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