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물림사고 낸 로트와일러..왜 위험한 걸까? [개st상식]

이성훈 2021. 3. 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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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로마제국의 경비견, 마스티프의 후예
체중 60kg, 타고난 영역본능과 경계심
견주는 입마개, 목줄, 손해보상보험 필수
지난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맹견사고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왼쪽사진)는 '목줄과 입마개가 없는 로트와일러에게 습격당했다. 그 견주는 도주했다'고 호소했다. 로트와일러(오른쪽)는 체중 60kg에 달하며 독일, 한국 등에서 맹견으로 분류된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목줄과 입마개를 안 한 로트와일러에게 저와 강아지가 공격을 당했습니다. 로트와일러는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채 공원에 있었고…달려온 로트와일러에게 밀쳐져 바닥에 넘어졌습니다. 저희 강아지는 순식간에 배를 물렸고 저는 떼어내려다 손과 얼굴을 물렸습니다…견주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도주했습니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글쓴이는 지난달 28일 경기도 가평에서 산책 도중 맹견의 급습을 당했는데, 곁에 있던 맹견의 주인은 뒷수습 없이 도주했지요. 사연이 대중적인 공분을 일으키자 로트와일러 견주는 지난 5일 인근 경찰서에 자수했습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겠으나 위험한 개는 있습니다. 바로 맹견입니다. 맹견은 체구가 크고 깨무는 힘이 강한 데다 호전적인 경우가 많지요. 동물보호법에서는 도사(tosa)견, 로트와일러,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5대 견종을 맹견으로 지정합니다. 견주는 외출 시 입마개, 목줄 착용 및 손해보상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그중에도 개물림 사고에 자주 등장하는 맹견, 로트와일러를 알아보겠습니다.

고대 로마제국의 경비견…타고난 강인함

로트와일러는 로마 군단의 경비견, 마스티프에서 유래한 강인한 견종입니다. 세계 3대 애견협회인 미국캔넬클럽(AKC)은 로트와일러를 “가족에게는 온화한 친구이자 든든한 보호자”이지만 “타고난 냉철함으로 바깥세상을 경계한다”고 소개합니다.

고대 로마제국은 자주 정복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때마다 많은 개를 끌고 갔죠. 로마인들은 수백㎞를 걸어도 지치지 않고, 밤낮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강인한 개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티베트 지역에 서식하던 대형 마스티프 견종을 데려왔는데 이들이 바로 로트와일러의 선조랍니다.

로마 시대 작품에 담긴 로트와일러의 초창기 모습. stessentialpet


로마인들은 약 2000년 전 오늘날의 독일인 게르만 정복에 나섰습니다. 로트와일러의 선조들은 이때 전장에 투입되었죠.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에도 독일의 소도시 로트웨일(Rottweil)에서 가축을 지키고 도적을 경계하는 목양견으로 쭉 길러집니다. 그러다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으로 다양한 탈것이 등장하면서 목양견으로서 역할은 끝났습니다.

로트와일러의 명칭은 로마 제국의 전초기지였던 독일 소도시 로트와일(Rottweil)에서 유래한다. gcrottweilers


로트와일러는 무거운 짐, 사람을 싣고 다닐 만큼 강인한 견종이다. k9rl


하지만 충성스럽고 강인한 로트와일러의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로트와일러는 경찰견, 경비견, 짐을 나르는 사역견 등 만능 블루칼라 견종으로 길러집니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초창기 안내견이었으며 재난 지역에서 인명 구조견으로도 활약합니다. 로트와일러는 1901년 독일 정식 품종견에 등록됐으며 수천년이 지나도 본래 성격을 잃지 않은 견종으로 평가받습니다.

1980년대 미국의 도그쇼에서 우수견으로 선정된 로트와일러 모습. AKC
특유의 충성심과 호전성…양날의 칼

생후 2년이면 체중 60㎏, 어깨높이 60㎝에 달하는 로트와일러는 대형견 중에서도 크고 단단한 몸을 타고났습니다. 반짝이는 검은 색 단모는 근육질 몸매를 더 돋보이게 하지요. 가족에게는 충성과 애교가 넘치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공격적이며 영역 본능이 강합니다. 이러한 충성심과 강인함이야말로 로트와일러의 큰 매력이었죠.
주인을 향한 충성심은 결국 타인을 향한 공격성이 되기 쉽다. 맹견의 충성심은 현대 도시생활에는 매우 부적합한 품성이다. petsbook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동물의 역할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투견과 맹견도 오늘날에는 반려견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로트와일러의 충성심은 이제 주변 사람과 반려견을 위협하는 공격성으로 분류되지요. AKC는 “로트와일러는 영역 본능이 강하다. (이를 누그러뜨리려면) 어릴 적부터 행동교육과 사회화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본능은 수천년에 걸쳐 형성됩니다. 하루아침에 변하기는 쉽지 않을 테지요. 애당초 맹견으로서는 사람과 반려견이 많은 도시 공간에서 공격성을 억누르고 산다는 것이 큰 스트레스일 겁니다.

손해보험 업계는 전국의 맹견 숫자를 2000여 마리로 추정합니다. 지난 5일 경찰에 자수한 로트와일러의 견주는 “잠시 목줄과 입마개를 풀어줬는데 사고가 벌어졌다”고 진술했지요. 이번 물림 사건을 계기로 맹견 주인들의 관리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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