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보고 싶어 죽는 줄

2021. 3.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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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보다 진담이 어울리는 남자, 배우 이종석이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펀칭 디테일의 블랙 재킷과 이너 웨어로 입은 톱, 와이드 팬츠는 모두 Emporio Armani. 실버 체인 네크리스는 Hustad.
화이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소재의 블랙 팬츠는 Dunhill.
펀칭 디테일의 블랙 재킷과 이너 웨어로 입은 톱은 모두 Emporio Armani.
화이트 셔츠와 블랙 팬츠, 블랙 타이는 모두 Prada.

오랜만이다. 소집 해제 후 자유의 몸이 된 기분이 어떤지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지난 2년 동안은 주어지는 일만 착실히 하면 됐는데, 이제는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하니까.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회사원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한 기분도 든다(웃음). 그동안 기다려준 팬들의 응원,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오늘도 그렇고 막상 다시 시작하려니까 살짝 긴장된다.

오히려 훨씬 노련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오, 그렇다면 성공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촬영장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공간이 좁은 곳에서 촬영할 때의 압박감이 심하고, 시선이 집중되는 영상 인터뷰를 할 때면 입술이 바짝바짝 탄다. 그래도 현장에 돌아오니까 즐겁고 지난 2년 동안 못 느꼈던 긴장감이라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재미있고, 어떤 것에서 에너지를 느끼는지 새삼 깨달았다.

본업으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긴 큰 변화가 있다면일단 세상을 보는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해 많이 배웠고, 보람도 느꼈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값진 경험을 쌓은 것 같다. 본격적으로 30대에 돌입하기 전에 필요했던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조금 더 어른스러워져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한층 성숙해진 아우라가 느껴진다촬영 틈틈이 모니터를 보니 확실히 나이가 든 것 같긴 하다. 뭐, 받아들이고 있다.

외모는 오히려 더 어려진 듯한데. 몸도 달라진 것 같고 요즘 영화 촬영 때문에 한창 다이어트 중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줄이고 필라테스, 골프, 펜싱 같은 운동을 주로 한다. 펜싱은 배운 지 1년 정도 돼가는데 전신운동이라 운동량도 많고 상대방이랑 기량을 겨루는 방식이라 꽤 재밌다.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봄이 오고 있다. 이 봄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우선 지금 촬영 중인 영화 〈마녀 2〉를 잘 마무리하고 싶고 나에게 잘 맞는 차기작을 하루빨리 결정하고 싶다. 지금 내가 어떤 걸 선택해야 잘할 수 있고, 더 좋은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그렇다고 급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 매일같이 숙제를 하고 있다.

새로운 출발에 앞서 스스로에게 한 다짐이 있나 ‘이종석다운’ 걸 찾아보자는 다짐. 먼저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이왕 하기로 한 건 잘하자는 다짐.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진 말자는 거다.

영화 〈마녀 2〉에 특별 출연하게 된 계기는 영화 〈브이아이피〉로 인연을 맺은 박훈정 감독의 요청이 있었다. 이 작품에선 한 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맡았는데, 색다른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어서 난생처음 머리도 기르고 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많은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처음 선보이는 모습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선정하는 편인가 어떤 장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기준은 없다. 배우는 창작자가 아니라 실현자니까. 다만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 팬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본을 보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이젠 사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른셋이 돼서 그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그러고 보니 〈관상〉 이후 사극에 참여한 적 없다 〈관상〉을 스물넷에 찍었는데, 당시에 죄책감을 느끼고 살았다. 물론 작은 역할이었지만,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좋은 작품에 누를 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스스로 만족이 안 돼서 한동안 사극은 멀리했는데,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팬들은 멜로를 기대하지 않을까 군입대 전 촬영한 〈로맨스는 별책부록〉처럼 나 역시 소재와 관계없이 멜로 코드를 좋아하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장르가 사랑받는 시대에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 플랫폼도 마찬가지. 평소 넷플릭스를 즐겨보는데 최근 〈스위트홈〉을 인상적으로 봤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작품은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준비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어느덧 데뷔 11년 차에 접어들었다. 11년 차 배우로서 갖는 고민 혹은 방향성이 있다면 예전 별명이 소처럼 일한다고 해서 ‘이종소’였다(웃음). 절대 쉬면 안 된다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은 작품을 남겨놓아야 한다고, 배우로 롱런하려면 내 안에 잠재된 것들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스스로 많이 괴롭혔다. 왜 작품 속에서 인물이 극한으로 몰리면 초인적인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나. 그때의 치열함을 지금 되새겨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후회는 없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진 계기는돌이켜보았을 때 20대를 너무 괴롭게 산 것 같아서. 어릴 땐 서른이 넘으면 어른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열일곱 살 고등학생 이종석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별 차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친구들과 실없이 장난치다가 ‘아, 이제 이러면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한 시간이다. 내 안에 피터팬을 봉인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 때문인지 가끔 엄마나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사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돌아오는 답은그 질문을 입에 달고 사는 바람에 엄마는 더러 짜증도 내신다(웃음). 그러곤 주로 이렇게 얘기하신다. “그냥 사는 거지 뭐.”

정답이네 덕분에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살려고 노력 중이다. 수직적인 시선보다는 수평적인 시야를 넓혀가기 위해 노력 중이고. 말이나 행동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려 하고, 좀 더 조심하게 된다. 나이 먹으면 겁이 많아진다더니 그게 이런 건지….

조금 전 〈엘르〉 유튜브 콘텐츠 ‘연애상담소’ 답변할 때 보니 오디언스들이 보내온 질문에 다정하면서도 사려 깊게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던데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연애 상담은 처음 해보는 것 같다. 솔직히 좀 어려워서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연 보내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진심을 담아 조언했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면 이종석은 농담보단 진담이 어울리는 사람 같다하지만 나도 맘먹으면 엄청 재미있어질 수 있다. ‘실검’ 뜰 정도로(웃음).

어떤 모습으로 앞으로의 시간을 이끌고 싶나 최근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 챙김의 시〉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쏟아지는 문장들이 너무 좋아서 스마트폰에 옮겨 적은 구절이 여럿이다. 그중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삶이 나를 더 많이 열게 하고 스스로 덜 두려워하고 더 다가가기 쉽게 할 것이다”라는 도나 마르코바의 시 구절은 지금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배우 이종석도 중요하지만, 인간 이종석으로서 여유를 가지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에 집중하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돼 있을 테니.

카키 컬러의 터틀넥은 Lemaire. 블랙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옐로 니트 톱과 블랙 와이드 팬츠는 모두 Salvatore Ferragamo.
그린 컬러의 니트 베스트와 와이드 팬츠는 모두 Hermès.
블랙 재킷과 그레이 팬츠는 모두 Prada.

*이종석의 정성과 진심을 꾹꾹 담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 엘르 유튜브 영상에서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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