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장실에서 발견된 전단지, 여학생들이 단합한 까닭

김준모 2021. 3. 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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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걸스 오브 막시>

[김준모 기자]

 <걸스 오브 막시>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 <걸브 오브 막시>는 학교란 공간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니퍼 마티유의 소설을 원작으로 교내 일진 무리들에게 당하던 여학생들이 하나로 뭉쳐 저항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교 최고의 운동선수를 뽑는 선거. 럭비부 주장 미첼이 단독후보로 수상이 유력해지자 비비안을 비롯한 여학생들은 키에라를 후보로 내세운다.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대립각을 세우는 걸까.
 
 <걸스 오브 막시> 스틸컷
ⓒ 넷플릭스
기울어진 운동장, 학교

비비안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체육 특성화 학교로 럭비부 주장인 미첼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허나 그의 행실은 영 좋지 못하다. 장난을 빙자해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악질이다. 새학기부터 미첼은 전학 온 루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롭힘을 시작한다.

루시는 미첼의 계속되는 모욕에도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 미첼을 비롯한 이 학교 남학생들이 하는 가장 부당한 행동은 마음대로 여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들은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희롱하며 평가하는 내용을 매년 학교 SNS에 올린다. 루시는 이 문제로 교장한테 격렬하게 항의하지만, 교장은 장난이란 이유로 넘어간다.

교장이 이러는 이유는 체육 특성화 학교에서 미첼이 지닌 존재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교장부터 미첼을 비롯해 남학생들 편을 드니, 여학생들은 미첼 무리에게 대놓고 성적 희롱을 당해도 저항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 '막시'(Moxie: 용기, 투지)라는 제목의 전단지가 놓여있다. 이 전단지는 미첼 무리의 부당함을 알리며 여성들이 하나로 뭉쳐 저항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걸스 오브 막시> 스틸컷
ⓒ 넷플릭스
비비안은 어떻게 투지를 지니게 됐나

이 막시라는 전단지를 화장실에 둔 건 비비안이다. 비비안으로부터 시작된 '막시' 캠페인은 루시와 키에라, 케이틀린 등에 의해 교내에 퍼진다. 여기에 비비안을 좋아하는 세스가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표하며 남녀 모두를 포괄하는 운동으로 발전한다. 막시는 여학생들의 권리와 부당한 대우에 대해 저항하는 단체로 발돋움 한다. 그들은 의상규제에 반발해 단체로 탱크탑을 입고 등교하는가 하면, 미첼의 수상에 반발해 키에라를 후보로 내 투표를 진행하고자 한다.

조용한 성격의 비비안이 막시를 만들게 된 이유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그녀의 마음에 부당함에 대한 투쟁심을 심어준 건 엄마 리사다. 리사는 학창시절 여성운동에 앞서 왔다. 이혼 후 남편 성 대신 자신의 성을 쓰는 리사는 비비안에게 존경의 대상이다. 미첼의 문제에 눈을 뜨게 만든 건 루시다. 비비안은 루시에게 미첼을 무시하면 되는데 왜 상대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루시는 미첼의 행동이 선을 넘은 것이라고 답한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권리를 말할 줄 아는 루시는 비비안이 미첼의 문제를 다르게 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트리거가 되는 건 케이틀린이다. 교장은 탱크탑을 입고 온 케이틀린에게 귀가하라고 말한다. 앞서 미첼 무리가 케이틀린의 몸매를 성적으로 희롱하는 걸 아는 교장은 그 책임을 케이틀린에게만 전가시킨 것이다. 비비안은 막시를 통해 여학생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어 준다.
 
 <걸스 오브 막시> 스틸컷
ⓒ 넷플릭스
익명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 

열풍처럼 번진 막시는 미첼의 묘수에 인해 한계를 보여준다. 미첼은 익명성에 숨어 허위사실로 자신을 모함한다며 막시를 비난한다. 그는 막시가 지닌 익명성이 다른 사람을 허위로 노릴지 모른다며 공포를 조성한다. 이 공포로 인해 막시는 무너지게 된다. 그 시작은 비비안의 절친인 클라우디아다.

클라우디아는 중국인인 엄마가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에 막시 활동으로 정학을 받은 자신의 처지에 슬픔을 느낀다. 클라우디아의 절망은 비비안의 심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비비안을 투쟁을 이어가자는 루시나 남자친구가 된 세스를 거칠게 대하며 노력해 봐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세상을 향해 화를 내뿜는다. 구심점을 잃은 막시는 다시 활개치는 미첼에 의해 난파선이 되어버린다.
 
 <걸스 오브 막시> 스틸컷
ⓒ 넷플릭스
분열을 이겨내고 통합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강자를 이길 수 있는 힘은 연대에 있다. 막시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르기에 통합이 힘들었다. 클라우디아는 중국인이고 루시는 흑인이며, 세스는 남자다. 각자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투쟁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징계의 피해도 천차만별이다. 비비안이 이들을 다시 뭉치게 만든 건 결국 본질에 있다. 그녀들이 뭉친 이유는 폭력과 그에 대한 묵인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겹게 싸웠던 개인들은 왜 그들이 뭉쳤는지 깨닫게 된다.

투쟁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만약 루시가 비비안의 말을 듣고 미첼을 무시했다면, 막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또 케이틀린이 스스로의 몸을 부끄럽게 여기고 가리고 다녔다면 부당함에 투쟁하는 법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틴에이지 무비의 탄력을 바탕으로 더 큰 추진력을 통해 분열을 통합하는 이 작품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괴력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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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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