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방화에 잿더미 된 내장사 대웅전..4번째 화재

박은주 2021. 3. 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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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의 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이 승려의 방화로 또다시 불탔다.

소방당국은 신고 18분 만에 현장으로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대웅전은 이미 큰 불길에 휩싸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정읍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피의자를 검거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승려들과) 내부적 다툼 이후에 불만을 품고 대웅전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미 3번의 아픔을 겪은 대웅전이 승려의 방화로 다시 불에 타면서 신도와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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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대웅전, 전소..창건 이래 네번째
승려 방화로 추정..현장서 현행범 체포
경찰 "내부 갈등 있었던 듯..범행 동기 조사 중"


전북 정읍시의 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이 승려의 방화로 또다시 불탔다. 2012년 화마에 휩싸인 이후 9년 만이자, 건립 이래 네 번째다.

5일 전북소방본부와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쯤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18분 만에 현장으로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대웅전은 이미 큰 불길에 휩싸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는 심각한 화재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웅전은 하단부터 지붕에 이르기까지 큰불에 휩싸여 있었고, 강한 불길 탓에 대웅전 안에 있을 불상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웅전 지붕이 거의 내려앉은 사진도 있었다.


소방당국은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에 총력을 다했다. 다만 목조 건축물인 대웅전의 특성상 오후 7시53분쯤 초진을 완료했으며 오후 9시10분쯤에야 큰 불길을 잡았다. 화재 진압에는 소방대원, 경찰 등 147명과 살수차 등 장비 21대가 동원됐다.

50대 승려가 방화…“내부 갈등 있던 듯”

이날 화재는 승려 A씨(53)의 방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조사 중이다. 앞서 경찰과 소방당국에 “누군가 대웅전 전각에 불을 냈다”는 방화 의심 신고가 오후 6시35분, 오후 6시37분쯤 각각 접수되기도 했다.

A씨는 범행에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가 최근 사찰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가 나서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체포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정읍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피의자를 검거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승려들과) 내부적 다툼 이후에 불만을 품고 대웅전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범행 동기는 피의자 조사가 끝나봐야 파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천년고찰’의 수난…승려들 ‘착잡’

백제 시대에 창건된 내장사는 건립 이래로 이번까지 네 차례의 화마 피해를 봤다. 첫 번째 비극은 조선 중기 ‘정유재란’ 때였다. 당시 전소된 사찰은 1639년(인조 17년) 부용 대사가 중창하고, 불상을 도금하면서 되살아났다. 이후 1779년(정조 3년) 영담대사가 대웅전과 시왕전을 손보고, 요사를 개축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초기인 1951년 1월 내장사는 또 한 번 전소됐다. 이에 1957년 주지 야은 스님이 해운당을, 1958년 다천 스님이 대웅전을 건립했고, 1965년 대웅전과 불상, 탱화를 조성해 봉안했다.

1974년에는 국립공원 내장산 복원 계획에 따라 대규모 중건이 이뤄졌으나, 2012년 10월 31일 또다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내장사는 잿더미가 됐다. 정읍시는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 옛터에 시비 등 25억원을 들여 복원 작업을 했다.


이미 3번의 아픔을 겪은 대웅전이 승려의 방화로 다시 불에 타면서 신도와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화재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승려, 보살 등 관계자들도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모두 잔불을 정리 중인 소방관들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말을 아꼈다.



대표로 입을 연 대우 스님(75)은 “참화로 절을 지켜내지 못해 정말 죄스럽다”며 “과거 참화에 절을 지켜내지 못해 뼈아픈 아픔을 느꼈는데, 이번 화재로 또 죄를 지은 것 같다.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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