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U22 카드, 조금이라도 짧게 쓰려는 K리그 감독들의 몸부림

김정용 기자 2021. 3. 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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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망주에게 출장시간을 더 부여하라는 취지의 규정이 생겼지만, 여러 K리그 팀은 구색을 맞추되 조금이라도 덜 기용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올해 K리그는 22세 이하 선수 기용 규정이 소폭 강화됐다. 선발 라인업에 1명을 넣지 않으면 교체한도 1명 축소 페널티를 받는 건 여전하다. 올해 한시적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코로나19 시국 권고사항에 따라 총 교체카드를 3장에서 5장으로 늘리면서 변화가 생겼다.


U22 제도를 강화하지 않으면 많은 구단이 페널티를 감수하고 U22 선수를 배제한 채 4명만 교체할 것이 유력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U22 선수를 2명 이상, 그중 1명은 선발로 기용할 경우에만 교체한도를 5명 허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3명만 허용'한다는 복잡한 규정을 신설했다.


지난 주말 첫 경기를 가진 K리그1 12개 팀의 대응 방법은 다양했다. U22 선수 2명을 선발로 투입했다가 경기 초반 빼고 이후 교체카드 3장을 활용한 팀들이 보였다. 수원FC, 인천유나이티드가 여기 해당한다.


전북현대, 성남FC, 제주유나이티드는 U22 1명을 선발로 쓰다가 전반 30분 이전 일찍 빼고 후반에 1명 더 투입했다. 특히 개막전 주인공 전북은 이성윤을 선발로 투입했다가 23분 만에 뺐고, 4번째 교체 카드로 신인 골키퍼 김정훈을 투입하는 특이한 선택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김상식 감독은 "이성윤이 잘 하면 하프타임에 교체하려 했다"며 애초에 짧게 쓸 생각이었음을 밝혔다.


전반전 이른 시간 선수교체가 드문 축구의 관례를 염두에 둔다면, U22 선수 중 선발로 뛰는 선수는 최소한 전반전을 다 소화하고, 나머지 한 명은 후반에 교체 투입되는 게 규정의 취지다. 이처럼 평범한 출장시간을 보인 팀은 FC서울, 포항스틸러스, 광주FC, 울산현대 4팀이었다. 특히 포항의 송민규와 광주의 엄원상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U22 선수를 억지로 2명 투입하느니 그냥 교체카드 3장에 만족한 팀도 있었다. 수원삼성, 대구FC, 강원FC다. 김병수 강원 감독은 U22 제도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온 대표적인 지도자다. 골키퍼 이광연 1명만 U22 카드로 쓰는 선택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울산에 0-5 대패를 당했다. 김 감독은 "규정이 복잡하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0분 남기고 투입되는 것과, 20분만 뛰고 일찍 빠지는 건 다르다. 박정인은 울산현대에서 부산아이파크로 이적하며 지난해 이른 교체에 대해 "상대 수비의 체력을 빼고 압박 많이 하다가 주니오와 교체되는 게 어린 선수들의 역할이었다. 2년 동안 그것만 하다가 끝났다. 성장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이적을 결심했다. 구단에 실망했던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두 명을 일찍 빼기 전 미리 선수들에게 언질을 주고 양해를 구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선발 출장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활약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교체되는 건 부모님 입장에서 불만이 생기고, 이는 선수의 사기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이른 교체를 택한 감독에게도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교체 한도를 늘린 건 FIFA의 권장사항일뿐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로 인해 3월에 연속으로 주중 경기가 잡히는 등 실제 체력부담이 커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현장에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또한 유망주를 육성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건 리그 구성원 모두 동의하는 대의다.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현재 제도가 최선이었다. 유망주를 일찍 빼 버리는 양상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마저 제도로 막을 순 없었다. 각 구단이 규정의 취지에 더 동참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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