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그래도 한승규 선수 사랑하시죠?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2021시즌 K리그1 매 라운드에서 놓치면 후회할 한 경기를 택해서 인과 관계와 인간 관계의 사정을 속속들이 미리 들여봅니다. 2라운드의 '이 경기 놓치지 마오'의 주인공은 서울이 역대 가장 사랑한 '임대생' 한승규입니다. 이제 그는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FC서울의 골문을 노리게 됩니다.
<FC서울 vs 수원FC, 3월 7일 16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스카이스포츠 생중계>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는 많은 명장면, 명대사가 있지만 유독 오래 회자되는 장면이 있다. 가족과 함께 집단 사기극(?)을 벌이는 기택(송강호)이 심야 운전 중 박사장(이선균)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며 선을 넘게 된다. 이 영화의 분기점이 되는 바로 그 대사 "그래도 사랑하시죠?"다. 7일 열리는 서울과 수원FC의 만남에 한 선수, 그리고 서울 팬들에게 그래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혹시 선을 넘는 걸까?
2020시즌 한승규는 서울 소속이었다. 현재 그는 원소속팀이 전북이고, 수원FC로 1년 간 임대를 와 있지만 1년 전에도 신분은 같았다. 서울에게 2020시즌은 2018시즌 못지않게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는데 팀을 위기에서 구하고, 멋진 플레이로 팬들을 위로한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임대생 한승규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고 서울 엠블럼에 찐~하게 키스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다른' 팀 팬들은 임대 중인데 오버하는 것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선수와 서울 팬들이 나눈 교감만큼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기존 임대 계약이 종료되고, 한승규도 서울 팬들도 완전이적을 꿈꿨을 것이다. 원소속팀 전북의 전지훈련에 합류해서도 선수가 SNS 상에서 그런 뉘앙스를 풀풀 풍기자 전북 팬들은 실망했고, 서울 팬들은 기대했다. 한승규의 행보는 겨울이적시장의 큰 이야기 보따리가 됐다.
그런데 서울 구단과 박진섭 감독의 선택은 냉정했다. 그들은 한승규가 아닌 팔로세비치를 영입했다. 한정된 예산에서 둘 다가 아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는데, 스탯 면에서 K리그1 통산 81경기 11골 10도움의 한승규를 잡기 위해 38경기 19골 10도움의 팔로세비치를 거르긴 쉽지 않았다. 로맨스도 중요하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면 어떤 상황을 맞는지 책임자들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울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진 한승규는 우여곡절 끝에 이적시장 말미, 울산 시절 인연이 있던 김도균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수원FC로 임대를 떠났다. 대구전에 후반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된 한승규는 일주일 동안 더 몸을 끌어올려 서울전을 준비할 수 있다.
동일 포지션을 소화하는 팔로세비치와의 직접 비교는 한승규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대결이다. 팔로세비치도 전북과의 개막전에 선발 출전, 빠른 템포의 패스 연결을 주도하며 눈길을 끌었다. 한승규 입장에서는 자신이 몸값이나, 기량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임을 증명하고 싶을 것이다. 프로기에 현재 자신이 소속된 수원FC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순리다.
만일 한승규가 맹활약하거나, 서울 골문을 공략한다면 어떤 감정이 경기장에 휘몰아칠까? 득점 후 그는 골 셀레브레이션을 자제할까? 경기 결과가 홈팀에게 만족스럽지 않아도 서울 팬들은 경기 후 한승규에게 애정을 담은 박수를 보낼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이 경기를 준비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승규 외에도 수원FC에는 윤영선, 유현이 서울에 적을 뒀던 선수들이다. 그들이 옛 소속팀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도 주목할 거리다.
기성용의 출전과 활약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그를 둘러싼 학폭과 성폭행 폭로, 이후 증거 제시 없이 이어진 폭로자 측과의 공방전에 이미 노출될 대로 노출된 기성용은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 여파였을까? 기성용은 전북과의 1라운드에서 전반 36분 근육에 이상을 느껴 교체됐다. 경기 후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밝혔지만 그 이후에도 문제는 해결되거나 진척되지 않은 상태다. 기성용의 몸 상태가 호전됐다면 팀은 당연히 그의 경기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홈에서 개막전 패배를 만회하는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박진섭 감독으로선 그의 출전 여부, 선발 혹은 교체로의 출전 방식 등에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수원FC는 이번 서울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면 지난 2016시즌보다 더 빨리 첫 승을 달성한다. 당시 수원FC는 1, 2라운드에서 모두 비긴 뒤 3라운드 광주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했다. 서울도 슬로우스타터라는 인식과는 달리 2019년에는 1라운드, 2020년에는 2라운드에서 일찌감치 첫 승을 거둔 바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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