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돌봐줄게" 장애인 가정 생필품 훔친 경찰 간부 부인

황윤태 2021. 3. 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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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장애인 가족의 집에서 수차례 생필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 아내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장애인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억대의 돈을 빌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뒤 고씨는 "남편이 경찰대 강의를 나가 생활비 200만원을 내일이나 보내준다고 하는데 돈이 급해 더 빌려줄 수 있겠냐"며 100여만원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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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 절도 60대 기소의견 송치.. 억대 돈 빌려 안 갚고 생명 위협도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장애인 가족의 집에서 수차례 생필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 아내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장애인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억대의 돈을 빌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지체장애 5급 김모(61·여)씨의 집에서 생필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고모(61·여)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고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의 집에서 최소 2차례에 걸쳐 35만원 상당의 레토르트 컵밥과 화장지, 우산 등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가져간 혐의다. 2019년 12월 김씨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자 고씨는 약을 챙겨주고 지적장애 1급인 딸 등을 돌봐주겠다는 이유로 김씨의 집에 드나들며 생필품 일부를 자신의 집으로 들고 갔다.

고씨는 김씨로부터 억대의 돈을 빌리고도 제대로 갚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씨는 2019년 4월 급전이 필요하다는 동네 후배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는 대신 고씨가 후배에게 진 채무 1000만원을 양도받았다. 이후 고씨는 김씨에게 5번에 걸쳐 750만원을 변제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뒤 고씨는 “남편이 경찰대 강의를 나가 생활비 200만원을 내일이나 보내준다고 하는데 돈이 급해 더 빌려줄 수 있겠냐”며 100여만원을 요구했다.

그 뒤부터 옷가게를 운영하는 고씨는 김씨에게 옷 구매 대금을 이유로 수차례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돈을 빌릴 때마다 “남편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경정급 경찰관”이라며 김씨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고씨가 지난해 7월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빌려간 돈은 총 1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고씨는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김씨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이용하도록 권했다고 한다. 김씨는 “심지어 (고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쓰는 카드 결제기까지 들고 와 내 카드를 긁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렇게 빌린 돈의 일부를 부가가치세 납부와 재래시장 상품권을 매입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가족은 더 이상 빚을 내 돈을 빌려주기 어려워진 지난해 중순부터 고씨에게 채무를 변제할 것을 요구했다. 고씨는 “당장 돈이 없다”며 “소액씩 갚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씨의 남편이 근무하는 충남의 한 경찰서에도 찾아갔지만 “아내에게 빌린 돈이니 직접 해결하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김씨는 고씨의 지인으로부터 “돈을 대신 갚아줄 테니 갚을 때까지 조용히 있어라. 안 그러면 땅에 묻어버리겠다”는 협박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를 통해 고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고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 아들과 딸을 함께 돌보면서 살림을 공유했다고 생각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처벌받겠다”면서도 “수입 대부분을 채무변제에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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