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배려없는' 진단.. 환자가 '을'이 되는 한국의료 현실 고발

김현길 2021. 3. 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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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급격히 나빠질 거라는 말에 저자가 '급격히'라면 얼마나 빨리를 의미하는 거냐고 의사에게 묻자 나온 답변이다.

의사가 툭 던지듯 "한 3개월"이라고 답했을 때 앞서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저자의 어머니도 옆에 있었다.

저자는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의사의 말에 분개했지만 어머니를 봐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임상약학과 교수로 일하는 저자가 어머니의 췌장암 투병을 계기로 경험한 국내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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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한국인의 종합병원 / 신재규 지음, 생각의힘 / 308쪽, 1만6000원.


“한 3개월?”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급격히 나빠질 거라는 말에 저자가 ‘급격히’라면 얼마나 빨리를 의미하는 거냐고 의사에게 묻자 나온 답변이다. 의사가 툭 던지듯 “한 3개월”이라고 답했을 때 앞서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저자의 어머니도 옆에 있었다. 저자는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의사의 말에 분개했지만 어머니를 봐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의 종합병원’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국내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담긴 책이다. 미국에서 임상약학과 교수로 일하는 저자가 어머니의 췌장암 투병을 계기로 경험한 국내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진단한다. 저자는 자신이 일하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환자 중심적인 의료 체계를 위해 비어 있는 시스템의 빈틈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의료전문가이지만 그가 들려주는 어머니와의 경험은 크게 낯설지 않다. 1차 의료기관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의사 배정 등의 문제를 언급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3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배정할 때 의료 전문가가 아닌 직원이 안내하고, 무조건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질병의 전문의에게 배정하는 것의 비효율성을 꼬집는다. 그런 점에서 동네 의원 같은 1차 의료제공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미국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차 의료기관과의 협진 등을 비롯해 환자 돌봄의 컨트롤타워로서 1차 의료제공자의 역할이 강조될 경우 환자와 가족의 정보 부족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환자의 자세 변경이나 소변 계량, 약 복용 과정 등을 간호사가 아닌 가족들이 책임지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곱씹어볼 만하다. 특히 약물 투여 기록지를 간호사가 정확하게 작성하도록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이 환자에게 약을 전달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은 그간 많이 간과해온 부분이다. 저자는 “간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의 수가 너무 많다 보니 이를 메꾸기 위해 환자 보호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약학 전문가인 저자의 눈에 비친 의사의 잦은 처방 실수도 일반인의 입장에선 알아채긴 어렵겠지만 흘려들을 수 없게 만든다. 환자와 그 가족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먼저 소개하지 않는 의사와 간호사, 응급실 내 1인실이 부족함에도 쇼핑몰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상업 시설을 갖춘 종합병원 로비 등도 되새겨볼 만한 지적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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