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2021. 3. 4. 19:30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시요일' 시선집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중
다짐과 목표, 약속은 시간이 지나 반성을 부른다. 서랍 속 제몫을 다하지 못한 다짐을 보며 반성하기보단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왜냐면 시를 쓴 유병록 시인의 말처럼 봄은 짧으니까. 결혼식 축시로 썼다는 시인의 설명이 더해지면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시다. 국내 최초의 시 큐레이션 앱 ‘시요일’이 엄선한 시를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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