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발견된 한강 투신 공무원 시신.."1년간 민원 6000건"

정진호 2021. 3. 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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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가 A씨를 찾기 위한 한강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씨 가족 제공]

지난 1월 한강에 투신한 강동구청 소속 공무원 A씨(34)가 2달여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119 특수구조단 광나루 수난구조대는 3일 한강 수색 작업 중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씨가 지난해 1년간 받은 민원은 6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업무 과중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발견 당시 목에 건 공무원증
4일 경찰과 수난구조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잠실대교 인근을 수색하는 중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6일 출근 시간에 서울 강동구 광진교에서 투신했다. A씨의 시신이 발견된 잠실대교까지는 3km가량 떨어져 있다. A씨는 발견 당시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A씨의 아버지가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지켜봤고, 공무원증 등을 근거로 신원을 확인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A씨의 투신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1월 임용된 A씨의 업무기록 등을 강동구청으로부터 확보했다. 기록 등에 따르면 A씨는 1년간 6000여건의 민원을 받아 처리했다. 근무일로 따지면 하루 평균 25건의 민원을 받아온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신속하게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유서를 따로 남기지 않았지만, 투신 당시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가 한강에서 함께 발견됐다.


"단속해달라", "왜 단속하냐" 민원
A씨는 강동구청에서 근무하면서 주‧정차 단속 및 민원 대응 업무를 맡아왔다. 불법 주정차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대응하고, 단속에 걸려 과태료가 부과된 민원인의 이의제기를 받아주는 역할이다. A씨의 직장 동료는 “전화는 물론 방문 민원인으로부터 막말이나 욕설을 듣는 일이 잦았다”며 “민원 숫자뿐 아니라 악성 민원인도 많아 구청 내에서도 가장 꺼리는 업무”라고 했다.

서울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월 6일 서울 광진교 인근 한강에 얼음이 얼어있다. A씨는 이날 오전 7시쯤 이곳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뉴스1

A씨는 주‧정차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민원과 과태료 부과에 항의하는 민원을 모두 받아왔다고 한다. 강동구 관계자에 따르면 민원을 받고 단속을 하면 단속 대상으로부터 “왜 내 차에만 과태료를 부과하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반복됐다. 1년 동안 한 사람이 강동구청에 1만3811건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 "업무상 재해 인정돼야"
A씨의 유족은 “1년 차 공무원에게 과도한 업무부담이 주어졌다”며 “A씨가 기존에 하던 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업무까지 하면서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사회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국공무원노조 강동구지부 관계자는 “A씨를 업무상 재해 사망으로 인한 순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민원 업무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며 “오늘(4일) 오후부터 이틀간 구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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