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그 장면 꼭 필요 했나요? [볼까말까]

인세현 2021. 3. 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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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우스’ 포스터. 사진=tvN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또 사이코패스다. 유능한 의사인 그는 친절한 얼굴 뒤에 자신과 피해자만 아는 이면을 숨겼다. 잔혹한 범죄를 유희로 즐기며 일말의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어린아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유인하고, 한 가족의 일상과 행복을 순식간에 짓밟는다. tvN 새 수목극 ‘마우스’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는 각종 미디어에서 그리는 사이코패스 범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연출이 다르다”는 배우 이승기의 말처럼 ‘마우스’는 범죄 스릴러의 장르적 연출을 극대화해 사건과 범인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마우스’는 자타공인 바른 청년이자 동네 순경인 정바름(이승기)과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달려온 무법 형사 고무치(이희준)가 악랄한 사이코패스 프레데터와 대치 끝에 운명이 송두리째 휘말리는 모습을 그려내는 추적극이다. 쾌활한 성격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배우 이승기가 본격적인 추적 장르극에 뛰어들었고, 이희준은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해 그와 호흡을 맞춘다. 배우 박현주와 경수진이 출연한다. ‘신의 선물-14일’ ‘블랙’ 등 장르물을 꾸준히 써 온 최란 작가가 극본을 집필했고,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최준배 PD가 연출을 맡았다.

3일 방송한 ‘마우스’ 첫 회에서는 고무치의 가족이 악명 높은 살인범 ‘헤드헌터’에게 살해당하고, ‘헤드헌터’가 한서준(안재욱)으로 밝혀지는 과정이 그려졌다. 고무치는 가족과 함께 찾은 캠핑장에서 살인범의 습격을 받고 가족들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고무치가 범인으로 지목한 한서준(안재욱)이 진범임이 확인되고, 그의 아내인 성지은(김정난)은 검사를 통해 뱃속의 태아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극의 말미에는 어린 재훈(김강훈)이 죄책감 없이 동물과 가족을 해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첫 회부터 속도감 있는 전개와 대담한 연출이 이어졌다. 26년 전 ‘헤드헌터’ 사건의 전말을 한 회에 담아 반전을 거듭하는 형식이 돋보였다. 작품의 바탕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 만큼 이승기, 이희준, 박주현, 경수진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안재욱과 김정난, 김강훈 등이 몰입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태아 사이코패스 감별 검사 등 극 중에서만 유효한 설정을 통해 앞으로 드라마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암시한 점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역배우들이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을 소화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드라마 첫머리에 ‘아역배우들의 심리 상담을 진행하며 촬영했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지만, 그런 대처가 충분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마우스’ 1회는 19세 이상 관람가(이하 19금)로 방송할 만큼 잔혹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나왔다. 범죄 묘사도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편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정한 방송출연 아동 청소년 권익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범죄 장면을 연출할 경우 아동 청소년에게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 배역을 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마우스’는 첫 회에서 이 원칙을 깼다.

가이드라인은 내용 전개상 불가피하게 배역을 시킬 경우 아동 청소년 출연자가 공포나 불안 등을 느끼지 않도록 극 연출의 의도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원칙을 깨기 위해선 작품에서 뺄 수 없는 장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기는 제작발표회에서 1회의 19금 편성에 관해 “사건과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첫 편의 수위를 조절한다면 작품의 전체 주제를 흐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 PD 또한 고통받는 피해자의 감정을 깊이 있게 그릴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원칙을 깰 정도로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 그 장면들은 반드시 필요했던 걸까. ‘마우스’가 작품으로 답할 질문들이다.

◇ 볼까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쫓는 장르극을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SKY 캐슬’ 1회 엔딩 만큼 강렬한 김정난의 연기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한다.

◇ 말까
살인을 잔혹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은 시청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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