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서울이랜드行 한의권, "은인 정정용 감독 위해 목숨 바치겠다"

서호정 기자 2021. 3.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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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한의권은 지난 겨울 수원삼성과의 계약이 종료된 뒤 자유계약 신분으로 유럽 진출을 타진했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동유럽 팀과 접촉했고 그 중 아일랜드의 강호 던도크FC와는 협상을 진행해 상호 조건에 합의를 봤다. 하지만 비유럽 선수로서 워크퍼밋(취업비자) 발급이 변수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수 축소 등의 변수를 호소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유럽 진출 도전은 아쉽게 물거품이 됐다. 


3월 3일 K리그2 서울이랜드는 한의권 영입을 발표했다. 개막전에서 부산아이파크를 3-0으로 완파, 창단 후 처음으로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한 서울이랜드는 한의권까지 보강하며 승격 의지를 한층 선명하게 드러냈다. '에이스' 레안드로를 비롯해 김정환, 바비오, 베네가스에 투톱 한 자리와 2선 측면과 중앙 등 다양한 공격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한의권의 가세는 정정용 감독에게도 천군만마다.


4일 전화 인터뷰를 가진 한의권은 정정용 감독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감독님이 계속 관심을 보내주셨고, 자칫 선수로서 위험해질 수 있던 상황에서 또 불러주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던도크와 계약서까지 마무리했지만, 워크퍼밋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한의권은 붕 뜬 상태였다. 자칫 상반기에 소속팀이 없는 무적 신분이 될 수도 있었다. 한의권의 유럽 도전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정정용 감독이 연락했다. 정정용 감독은 지난 겨울 동안 꾸준히 한의권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유럽 진출에 대한 선수의 의사를 존중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변수다. 6개월이라도 우리 팀에서 뛰면서 준비하다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한의권에게 강한 애착을 보인 바 있다. 


결국 정정용 감독의 그런 삼고초려가 한의권의 마음을 녹였다. 선수 생활 공백기의 위기 앞에 섰던 한의권은 정정용 감독과 서울이랜드의 연락을 받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서울이랜드 외에 K리그2의 다른 기업 구단도 한의권 영입에 뛰어들었지만, 선수는 신의를 먼저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계속 접촉하며 연락을 주셨다. 처음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마지막까지 기다려주시더라. 유럽 쪽하고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가족이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또 러브콜을 주셔서 마음이 움직였다. 유럽 진출이 1번이었고, 국내로 온다면 서울이랜드 밖에 생각 안했다." 


"감독님의 큰 관심에 나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정정용 감독님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믿고 기회를 주는 사람이 가장 큰 은인이다. 너무 늦게 진로가 결정돼 자칫 힘들 수도 있었는데 다시 한번 정정용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한의권은 2부 리그가 낯설지 않다. 경남, 대전을 거쳐 아산무궁화(경찰축구단)에서 기량을 꽃피우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수원에서는 활약이 다소 아쉬웠지만, 2부 리그에서는 솔로 플레이를 활용해 1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책임질 수 있는 '크랙'이다. 아산 시절이던 2016년에는 2부 리그 우승도 경험했다. 올 시즌에는 승격이라는 확실한 목표에 도전하는 서울이랜드도 한의권의 풍부한 경험과 실적을 신뢰한다.


한의권은 승격이라는 말을 꺼내는 데는 일단 조심스러웠다. 그는 "아직은 내 스스로 그런 목표를 말하기엔 이르다. 지난 한달 넘게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었고, 심신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다. 뭘 하겠다, 어떤 성과를 내겠다 보다는 매 순간,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면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축구에 빨리 익숙해질 거고 그러면 팀이 바라는 결과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팀이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에 대한 꿈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 "현재는 유럽에 대한 생각은 접었다. 팀과의 계약을 성실히 수행하고 나서 고려할 문제다. 팀에 일조하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하면서도 "다시 유럽으로 향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때 고민해보겠다. 구단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배려를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 고맙다"며 마음 한 켠에 꿈을 키워가겠다고 다짐했다. 


한의권이 무모할 정도로 유럽으로의 진출을 시도한 것은 돈도, 명성도 아닌 꿈을 위해서였다. 국내에서 받는 연봉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더라도 유럽 무대에 진출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는 9부 능선에서 좌절됐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그런 유럽 진출 대신 현실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잔류를 조언했다. 그러나 한의권은 자신의 소신과 열망에 솔직하게 답하기 위해 시도한 유럽행에 후회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축구에 대한 열망이 크다. 한국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유럽이라는 축구의 본고장에 가서 눈을 뜨고 싶었다. 궁극적인 목표가 축구의 성장이었기 때문에 계속 가고 싶었다. 실질적인 오퍼도 왔었지만 결과적으로 마무리가 안 됐다. 맞다. 10명 중에 9명은 다 말렸다. 연봉 같은 현실적인 걸 생각하라는 쪽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도전이란 것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전했던 데 대해 후회는 전혀 없다. 또 그런 기회가 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서울이랜드 입단이 확정되기 전 팀의 개막전 경기(부산전)를 봤다는 그는 "조직적으로 잘 맞아 돌아가는 팀이라고 느꼈다. 당시엔 입단이 결정되지 않아서 팀에 들어가서 어떻게 하겠다란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정정용 감독님이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생각 했다"고 말했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는 "밤낮 가리지 않고 집중해서 열심히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제 상태에 대한 판단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보고 판단하실 것이다. 출전을 준비하라는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사진=서울이랜드FC,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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