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건보다 치명타"..'왕따 논란'과 함께 사라진 걸그룹
티아라, 소녀시대, AOA도 갈등
걸그룹 '에이프릴'의 전 멤버 이현주 측이 제기한 왕따설이 치열한 공방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작은 지난달 28일 이현주의 남동생 A씨의 폭로였다. A씨는 "누나가 그룹 내 괴롭힘과 왕따로 공황 장애와 호흡 곤란 등을 겪었고, 회사의 강요로 '연기 활동을 하고 싶어 탈퇴한다'고 글을 썼다"고 주장했다. 소속사 DSP 미디어는 이후 3차에 걸친 입장문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고, A씨도 추가 폭로에 나서면서 양측은 법정 싸움까지 준비 중이다.
이현주가 여전히 DSP 소속 연기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내홍이다. 여기에 DSP 출신 에이젝스 윤영까지 나서 "왕따라니. 괴롭힘? 단순히 물타기로 상처받는 일은 그만하자"라며 이현주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이현주의 동창이 재반박에 나서는 등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걸그룹의 '왕따 논란'은 낯설지 않은 이슈다. 정상급 걸그룹도 왕따 논란 또는 멤버 간 갈등으로 진통을 겪었으며, 일부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주저앉기도 했다.
①2012년 티아라
가장 유명하면서도 대중에게 왕따 문제를 인식하게 한 첫 사건은 2012년 티아라 화영 왕따 논란이다. 2012년 7월 티아라 멤버 5명이 다른 멤버인 화영을 겨냥한 비난 트윗을 작성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이전 영상과 공연 등에서 화영을 왕따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당시 티아라는 '러비도비(Lovey-Dovey)'가 음악방송에서 13회 1위에 오르는 등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때였지만 이 사건으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후 소속사 측은 사건 발생 사흘 만에 화영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티아라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이는 오히려 '화영=피해자'라는 인식을 고착했다. 이후 티아라는 인기를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②2014년 소녀시대
다(多)인조 걸그룹 시대를 연 소녀시대도 멤버 간 불협화음으로 진통을 겪었다. 소녀시대는 2014년 제시카가 '퇴출'당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제시카는 2014년 9월 30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소녀시대를 나가달라는 퇴출 통보를 받았다"며 "9월 초에 멤버들이 회의를 소집해, 저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을 그만두든지 소녀시대를 떠나든지 양자택일 하라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후 제시카와 SM 측에 따르면 제시카는 팀 활동을 병행하면서 개인의 패션사업을 벌이고자 했고, 이에 대해 이견을 가진 멤버들이 결국 제시카의 '퇴출'을 결정했다고 한다. 앞선 티아라의 사례와는 성격이 달랐지만, 소녀시대가 최정상 걸그룹인데다 멤버 9인 중 8인의 회의를 통해 멤버 퇴출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제시카가 팀에서 나간 뒤 소녀시대는 지난해까지 음반을 내는 등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제시카는 가수·사업 등의 활동을 이어가다가 지난해에는 해외 교포의 걸그룹 데뷔와 갈등을 다룬 소설 '샤인'을 출간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③2020년 AOA
지난해 일어난 AOA의 왕따 논란은 가장 극단적으로 분출된 사례다.
AOA의 전 멤버 권민아는 지난해 8월 SNS를 통해 “행복한 데 가겠다”는 글을 올리며 AOA 활동 당시 다른 멤버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차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을 밝히며, AOA와 소속사 측을 비난했다.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이 접수되면서 경찰 수사까지 이어졌지만 열흘 만에 내사종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피해자 격인 권민아가 조사를 원치 않아 사실상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장은 컸다. 권민아로부터 가해를 주도했다고 지목된 AOA의 리더 지민은 팀을 탈퇴했고, AOA는 팀 활동을 중단했다. 가요계에선 AOA의 활동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왕따 논란의 반향이 큰 것에 대해 김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 그룹의 팬덤은 대부분 10~20대인데, 이들에게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는 그 무엇보다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동일시 현상을 보이게 된다"며 "오히려 음주운전이나 마약 같은 일탈 행위보다 더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계와 광고계도 이번 에이프릴 논란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동서식품, 삼진제약, 제이에스티나, 무학 등은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이 출연한 광고를 모두 중단했다. 또 4일 방송 예정인 SBS ‘맛남의 광장’도 “이나은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방송사 드라마인 ‘모범택시’ 측도 홍보 영상 촬영에서 주인공인 이나은을 일단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걸그룹들이 왕따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것과 관련해 박희아 아이돌 전문 칼럼니스트는 “이 문제를 걸그룹의 문제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면서 “다만 보이그룹은 걸그룹에 비해 팬덤이 강력하다 보니 멤버 간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전에 소속사에서 좀 더 철저히 관리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멤버들 간에 감정적 문제까지 일일이 파악하거나 개입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다만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팀은 물론 자신의 향후 연예인 활동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는 학습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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